[책읽는 사천] 정원의 쓸모

『정원의 쓸모』수 스튜어트 스미스 저/ 윌북  / 2021
『정원의 쓸모』수 스튜어트 스미스 저/ 윌북 / 2021

[뉴스사천=윤선혜 삼천포도서관장]  『정원의 쓸모』는 정신과의사이면서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30년간 정원을 가꾸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원이 인간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 정신의학적으로 밝혀낸 책이다. 심리적 변화를 감정적으로 설명한 것이 아니라 식물이 뇌세포에 미치는 영향, 인간이 정원에서 안전감을 느끼는 이유를 진화론에 입각하여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책은 원예로 사람들을 치료했던 내용을 담고 있다. 정원 가꾸기를 통해 전쟁 트라우마를 극복한 저자의 할아버지 이야기, 교도소에서 식물을 가꾼 수감자들의 재범율이 줄어든 이유, 비행 청소년들이 식물을 키우면서 폭력성을 줄이고 자신감을 얻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울증,  불안, 중독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식물을 기르면서 어떻게 마음이 변하고, 그 과정에서 식물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알려준다.

저자는 식물을 가꾸고 정원을 만들어가면서 식물이 주는 효능이 ‘약물치료’ ‘심리치료’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찍이 식물이 인간의 내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았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와 릴케는 노령에도 정원가꾸는 일에 정성을 다했고, 심리학자 프로이트도 죽는 순간까지 늘 정원에 갔었다고 한다. 

정원은 어떤 공간보다 인간사회에서 가치있는 ‘평등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삭막한 도시 속에서 자연의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로 사람들은 큰 위안을 받는다. 자연과 식물을 통해 위안을 얻는 인간의 본성을 식물을 키움으로써 회복할 수 있다. 실제로 낮은 소득 때문에 겪게 되는 정신건강의 불평등은 녹색 공간에 접근함으로써 최대 40%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을 치유하는 공간으로서의 정원이 인간에게 어떤 쓸모를 주는지, 식물을 어떻게 우리 삶으로 이끌어야 하는지 그 대안까지 밝혀냈다. 정원의 치유 능력을 다각도로 해석하는 작가의 통찰력을 통해 더 건강한 삶과 자연스러운 죽음까지 엿보게 되는 책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