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우리 고장 앞바다 섬 신수도에 우리 지역과 인연 있는 문인들의 시가 전시된 곳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그곳을 찾았다. 배가 맨 처음 닿는 섬 본동 동쪽 해안가를 따라 남쪽 대구동으로 가는 길의 방파제에 시들이 금속 패널 형식으로 붙여져 있는 곳이다. 고즈넉한 바닷가에서 시를 읽으며 자연과 더불어 쉬엄쉬엄 가는 길이 정취가 넘친다. 시가 붙여져 있거나 붙여질 예정인 곳을 조금 지나자 십여 년 전 시(市)에서 주관하여 조성했다는 생생한 바다 풍물 그림이 방파제에 그려져 있어 그 정취가 더욱 넉넉하다.

이 거리를 ‘시와 문화의 거리’라 이름 짓고 이 시들을 설치한 단체는 그 이름이 아직은 다소 생소한 ‘사천다물연구회’이다. 그 대표와 사무국장이 신수도 출신인 관계로 우선하여 이곳에 이 문화 사업이 진행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 시들과 자연은 너무 잘 어울렸다. 지금은 예산 관계로 시 24편이 붙여져 있지만, 곧 120편의 목표량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한다. 120편이면 일반적인 시집 두 권 분량이다. 앞으로 이 ‘시와 문화의 거리’를 방문하는 분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며 시집 두 권을 자연스럽게 읽게 될 것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므로 아름다운 것 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그것을 어떤 말로 드러내고 있느냐 하는 것을 알아보는 일도 그 자연을 새롭게 알아가는 한 방법일지 모른다. 여기서 자연과 예술의 어울림이 생길 것으로 안다. 

젊은이들이 거의 떠나 한때 1,300여 명을 헤아리던 섬 주민이 이제 200여 명이고, 그나마 나이 든 사람들의 섬이 되어버린 이 섬에 예술의 새롭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런 일이 기회가 되어 이 섬에 많은 사람이 찾아와 활기 넘치고 생명의 힘이 넘실대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 주기를 빈다. 

시와 문화의 거리 맨 처음을 장식하고 있는 이종만 시인의 시 「지지배배」를 소개한다. 이 시인은 사량도 출신인데 삼천포에서 공부하였고 우리 지역에서 오래 살다 진주로 이주하였지만, 우리 지역의 문학에 많은 애착을 두고 그 발전을 위해 항상 일정 역할을 다하는 분으로 안다. 제비가 지저귀는 소리를 나름대로 직역해 낼 정도로 자연과 가까운 분이라는 것을 이 시는 알려주고 있다.

“남쪽 나라에도/ 항구가 있다 헤어지고/ 만남이 있다 그 나라에/ 날아갔다 봄날에 돌아온 제비// 우리나라 말과 그곳의 언어/ 뒤섞어 말하고 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제비 울음을 헤아릴 수 없다// 남쪽 나라 사람들도/ 제비의 울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나는 어렴풋이/ 직역을 하고 있다/ 지금 삼천포 항구에 배가 떠 있다/ 지금 삼천포 항구에 배가 떠 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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