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一稼)의 차(茶) 이야기]

박향분 차벗.
박향분 차벗.

[뉴스사천=박향분 차벗] 차(茶)를 즐기는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차(茶)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많이 대화한다.

즉, 좋아하는 게 같은 사람들끼리의 만남은 늘 즐거움이다. 언제 어디에서 만나도 화젯거리는 늘 차(茶)가 등장한다. 사람들 셋만 모이면 남의 얘기를 하는 세상이라지만, 차(茶) 벗들과 만나면 차(茶) 맛에 대하여, 무슨 차(茶)인가에 대하여, 어떻게 만든 차(茶)인가에 대하여, 어디서 샀느냐에 대하여 할 말이 너무너무 많다. 처음 마신 차(茶)와 두 번째 마신 차(茶)에 대하여 또 품평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헤어질 즈음엔 남은 차(茶)가 있다면 서로 조금씩 나눠 가진다. 나는 평생 즐길 취미를 가진 걸 참 다행이라 여기며 차(茶)와의 인연을 참으로 소중하게 생각한다. 

차(茶)와 함께 행복감을 더해주는 것에는 그 첫 번째가 차(茶) 벗이요, 두 번째가 다식이다. 차(茶)를 혼자 마시는 것을 신령스럽다 했지만, 벗과 함께 마시며 차(茶) 이야기를 나눔도 더할 수 없는 기쁨이요 행복이다. 

다음은 차(茶)를 마실 때 다식을 더하면 또 다른 기쁨이 있다. 가끔 어떤 분은 차(茶)와 함께 다식을 먹으면 차(茶) 맛을 해한다는 생각으로 오로지 차(茶)만을 마시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차(茶)는 한 잔만을 마시는 것이 아니고 긴 시간 동안 여러 잔의, 또 다양한 차(茶)를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차(茶)를 마신 후, 다식을 하나 먹는 것도 새로운 기쁨이 될 수가 있다. 다만, 차(茶)를 먼저 마시고 다식은 그다음에 먹는 것을 권하고 싶다. 우리는 차(茶) 맛을 먼저 음미해야 청량한 차(茶) 맛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말차(抹茶)의 경우에는 다식부터 먼저 먹어도 좋다. 말차(抹茶)는 찻잎을 온전히 가루로 낸 것이기 때문에 혹여라도 위장에 무리가 갈 것을 염려하여 다식을 먼저 먹어도 된다는 의미이다. 차(茶) 벗들과 차(茶)를 마실 때 작은 소반에 다식 한 접시와 차(茶) 한 잔을 대접받는다면 마주 앉은 차(茶) 벗은 대접받는 느낌의 기쁜 찻자리가 될 것이다.

그럼 다식을 담은 접시와 찻잔은 어느 위치에 놓아야 할까? 우리는 가끔 고민하게 된다. 찻잔을 오른쪽에 놓아줄까, 다식을 담은 접시를 오른쪽에 놓아줄까, 비단 찻잔뿐만이 아니다. 커피와 함께 빵을 대접할 때도, 커피를 오른쪽 왼쪽 어느 쪽에 놓아줄까? 한참을 망설이는 경험을 한 번쯤을 해 봤을 것이다. 혼란스러울 땐 우리는 ‘좌빵우물’을 기억하자. 왼쪽엔 빵, 오른쪽엔 물. 즉, 왼쪽엔 다식, 오른쪽엔 차(茶). 이렇게 대접하면 될 것이다. 잠시 잊어버렸다면, 우리의 식사패턴을 기억하자. 왼쪽엔 밥, 오른쪽엔 국

항상 물이 담긴 그릇을 오른쪽으로, 오른손이 잡기 좋은 방향으로 간다는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차(茶)나 커피도 우리 식탁 위의 밥과 국의 위치와 같음을 알게 된다. 요즘은 코로나로 많은 행사가 잠정 중단되었지만, 예전에는 세미나나 기념 축제, 대회장 같은 곳에 가면 여러 원형 테이블마다 10여 명 정도씩 앉아 있는데, 개인별로 먹을 수 있도록 음료와 간식을 나열해 둔 적이 있었다. 쟁반 없이 음료와 간식, 음료와 간식, 음료와 간식을 계속 나열해 두었으니, 사람들은 자기의 음료가 어느 것인지 몰라서 어떤 사람은 오른쪽 음료를 마셨고, 어떤 사람은 왼쪽에 놓인 음료를 마시다 보니 어떤 사람은 음료가 오른쪽도 왼쪽도 없어진 것이다. 진작에 ‘좌빵우물’을 기억했더라면 남의 음료를 마시는 실례는 범하지 않았을 것을.

오늘은 답답한 집에서 나와 차(茶) 벗과 함께 서택지 정자로 소풍을 갔다. 그곳에서 점심으로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서택지를 한 바퀴 쭉∼산책하고 다시 정자로 돌아와서는 준비해 간 햇차(茶) 한 잔과 다식을 ‘좌빵우물’로 놓고 즐겼으니 이런 행복감을 또 어디에서 누릴꼬!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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