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크루엘라

'크루엘라' 영화 포스터.
'크루엘라'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빌런’은 유사 계열인 ‘팜므파탈’이나 ‘나쁜 남자’와는 결이 조금 다르나, 핵심은 스펙터클한 파괴력이다. 절대악이라는 선로에 올라 멈추지 않는 기관차처럼 폭주하는 이들은 대체로 깊은 슬픔, 상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어서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가 된다. 우리가 다스베이더나 조커에 열광하는 이유다. 여기에 또 하나의 멋진 캐릭터가 등장했으니, 단비처럼 독보적인 캐릭터 ‘크루엘라’다.

자사 애니메이션의 빌런 캐릭터를 내세운 디즈니의 시도는 새롭고 신선했는데 <말레피센트>의 성공으로 힘을 얻은 디즈니의 두 번째 선택은 <크루엘라>였다. <101마리 달마시안>의 빌런인 크루엘라 더 빌의 흑화 과정을 따라가는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압도하는 스케일이 캐릭터를 더없이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300벌에 가까운 의상과 200개가 넘는 가발이 사용됐으며 세트만 해도 통상의 블록버스터 수준을 넘는다. 게다가 1970년대 런던의 패션계가 공간적 배경인 만큼 화려한 볼거리와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하는 음악을 보고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시절의 음악적 공기를 기억한다면 퀸, 도어즈, 블론디 등이 포함된 사운드트랙은 선물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사람이 마냥 반듯하고 착하고 정의감 넘치면 그게 무슨 재미인가. 일탈도 하고 가끔은 삐딱하게 굴기도 하는 게 인간인데, 영화 속에서는 그 수위가 비현실적으로 한층 높아지면서 악인 캐릭터가 탄생한다. 깊이와 넓이가 없는 파괴력으로 죄 없는 시민과 정의를 위협한다. 빌런의 흔한 타입 중 하나인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현실에서는 무조건 피하거나 도망치는 게 상책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큰 재미의 한 축을 책임진다. 입체적인 서사를 가능하게 하며 스토리의 중심에서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잘 가, 에스텔라.”라고 읊조리며 빌런의 길을 가는 크루엘라의 대사는 일종의 선언이다. 그리고 그 선언은 또 다른 기대감을 품게 한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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