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만 방면으로 쏟아지고 있는 남강댐 물
사천만 방면으로 쏟아지고 있는 남강댐 물(사진=뉴스사천DB)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다시 여름입니다. 굳이 ‘다시’라는 말을 쓰는 건 지난해 여름의 기억을 떠올리려 함입니다.

2020년 8월 8일 새벽. 사천시 전역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전날 일기예보에선 “제법 강한 비”를 경고했으나, 예측은 빗나간 듯 보였습니다. 창밖의 빗소리는 귀를 쫑긋 세워야 겨우 들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요란스러운 건 휴대용 전화기였습니다. ‘남강댐에서 방류량을 늘리니 주의하라’는 요지의 문자가 잇달아 도착한 것입니다. 시간이 더 흘러 아침 7시가 됐을 무렵, 사천만 쪽 방류량이 1초에 5000톤까지 늘어난다는 경고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정말 의아하고 이상한 일이었지만, 내가 사는 사천과 달리 남강 상류에 많은 비가 내렸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지요.

예상은 맞아떨어졌습니다. 밤사이 남강 상류에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그 영향으로 1초에 최대 5400톤의 남강물이 제수문을 통해 사천만으로 흘러들었습니다. 가화천 주변은 곳곳이 침수됐고, 사천만 바다는 며칠째 민물로 변해버렸습니다. 가두리 어장과 항구는 온갖 쓰레기로 범벅이 됐습니다.

당연히 피해가 컸습니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정부는 조사위원회를 꾸려 피해가 커진 이유를 살펴본 뒤 정부의 책임이 드러나면 보상이든 배상이든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그 결론이 언제 어떻게 날는지요.

이 일은 남강댐 인공방수로가 사천시에 끼치는 악영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낙동강 하류 지역에 홍수 피해를 줄이겠다고 뚫은 인공방수로로 사천시와 사천만 주변이 졸지에 물벼락을 맞고 골병이 든다는 사실을, 현실을 똑똑히 보여준 것이지요. 그뿐 아니라, 그렇게 생긴 피해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제할 방안도 없다는 사실! 어쩌면 이것이 지난해 물난리로 사천시민들이 가장 크게 깨달은 점입니다. 더불어, 남강댐 방류 피해를 두고 ‘나와는 무관한 일’로 여기던 사천시민들이 ‘곧 내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큰 홍수나 가뭄이 닥칠 수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불행히도 사천시와 사천시민은 더욱 커지는 자연재해, 그중 홍수의 최대 피해 가능지역에 있습니다. 남강을 따라 낙동강으로, 낙동강을 따라 부산 앞바다로 흘러가야 할 홍수의 대부분을 사천만으로 쏟아내도록 국가가 설계해 놓은 탓입니다.

하병주 발행인.
하병주 발행인.

낙동강 하류의 피해를 막고자 인공방수로를 뚫어 사천시민을 볼모로 삼은 이 정책. 안타깝게도 사천사람들은 지금까지 너무 조용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조금씩 깨어나는 눈칩니다. 정부가 공공연히 ‘더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을 언급하는 가운데 ‘사천만으로 더 많은 물을 내려보낼 뜻’을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사천시민들은 ‘남강댐 문제 대응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요즘 비가 무척 잦습니다. 가까운 일본에는 벌써 장마가 들었다지요. 이러다 정부가 말하는 ‘천년 빈도·만년 빈도’의 비가 당장 올여름에 쏟아지는 것은 아닐까요?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