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一稼)의 차(茶) 이야기]

박향분.
박향분.

[뉴스사천=박향분 차벗]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이렇게도 시끌벅적하고, 자영업자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가슴을 치고 있는 이즈음에도 꽃은 피고 향기는 봄바람을 타고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자연은 늘 그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찾아오건만 우리의 마음은 아직도 봄눈 녹듯 스르르 녹지 못한 채 움츠리고 있다.

모임도 자제해야 하고 식당이나 카페에도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우리는, 자유로움을 제약받은 지 벌써 1년을 훌쩍 넘기면서 자유로운 만남과 여행이 안되는 현실에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 향기로운 햇차 한 잔 어떨까?

지난 4월 20일은 24절기 중의 하나인 곡우(穀雨)였다. ‘곡우’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찻잎을 처음 따서 차를 만든 ‘우전’을 떠올리게 된다. 보통 차 농가에서는 곡우를 전후하여 처음으로 1창 2기의 찻잎으로 우전을 만들어 왔다. 차디찬 겨울의 땅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버티며 살아온 차나무에서 참새의 혀(작설)처럼 뾰족한 새순을 돋아나게 하기까지 얼마나 애를 썼을까! 오늘 같은 따뜻한 봄날에 너는 나에게 햇차로 다가와 향기로운 감로를 선사한다.

오늘 차(茶) 벗과 함께 감로(甘露) 한 잔을 머금고 조용히 눈을 감으니 입속에서 오미가 온몸을 전율케 한다. 이어서 또 한 잔을 마시고 또 한 잔을 마시고 또 한 잔을 마시고, 그렇게 일곱 잔을 마시니 당나라 시인 노동(盧仝)의 칠완다가(七碗茶歌)가 생각났다.

 

한 잔을 마시니 목구멍과 입술이 촉촉해지고

두 잔을 마시니 외롭고 울적함이 없어지네

석 잔을 마시니 가슴이 열려

오천 권의 문자로 가득하네

넉 잔을 마시니 가벼운 땀이 나고

평소에 불평스럽던 일들이

모두 땀구멍으로 흩어져 나가네

다섯 잔을 마시니 살과 뼈가 맑아지고

여섯 잔을 마시니 신선과 통하게 되네

일곱 잔을 마시려고 하니,

양 겨드랑이에서 청풍이 솔솔 이는 듯하구나

봉래산이라는 곳은 어디에 있는고?

옥천자는 이 청풍을 타고 돌아가고자 하노라

 

오늘처럼 따스한 봄날, 햇차 한 잔 마시며 움츠렸던 마음을 떨쳐버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하루를 가져봄은 어떨는지…….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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