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남강댐과 사천, 그 오랜 악연을 파헤친다 ⑥

어업 피해 보상을 둘러싼 어민들의 울분…어디서, 왜?
1750톤? 5460톤?…남강댐 공사지에 담긴 이야기
사천 어업 피해 보상금은 3억 원…오늘날 69억 원 해당
사법부 판단의 그늘…어업 피해 보상, 새로운 접근 필요

 

전국의 댐 가운데 유일하게 인공 방류구를 가진 남강댐. 이 인공 방류구로 남강과 낙동강 하류는 홍수 피해가 크게 줄었지만, 사천시와 남해안은 졸지에 물벼락을 맞았다. 물벼락은 곧 ‘더 살기 좋은 사천’을 만드는 데 큰 걸림돌이었다. 그런데도 ‘이미 계산 끝난 일’이라며 보상에 손사래만 쳐온 정부. 되레 더 큰 물벼락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에 <뉴스사천>은 남강댐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면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란 폭압의 현실을 고발한다. 
 

남강댐 물 사천만 방류로 어업피해가 발생하자 어민들은 두 번에 걸쳐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번번이 패소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남강댐 방류에 따른 어업 피해 보상 문제로 사천만 어민들의 불만이 여전한 가운데, 어민들과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4월 15일 대포어촌계 사무실에서 만나 양쪽의 논리로 팽팽히 맞섰다.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2000년대에 들어, 남강댐 방류 피해지역의 어민들이 한국수자원공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두 차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패소했다. 법원은 수자원공사가 어업 피해에 따른 배상 또는 보상의 책임이 없다고 본 것. 어민들은 이 판결을 두고 아직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울분을 터뜨린다. 이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합리적인 주장을 외면받은 데서 오는 마땅한 노여움일까. 남강댐이 들어서던 1970년 무렵으로 돌아가 어업 피해 보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피면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먼저 양쪽의 주장부터 다시 한번 정리하면 이렇다.

‘남강댐 방류에 따른 사천만 주변의 어업 피해 보상 문제는 댐 건설 당시에 모두 정리되고 끝났다. 추가로 보상할 법적 명분과 책임이 없다.’(수자원공사)

‘일부 해역은 소멸보상이 이뤄졌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 또 당시의 보상 기준이 1750톤/초였으니, 그 이상의 방류에 따른 피해에는 추가 보상을 해야 한다.’(사천만 어민들)

이러한 주장의 부딪힘을 보면서 가질 수 있는 생각 한 가지. ‘도대체 남강댐을 처음 지을 때 어업 피해 보상을 어떻게 한 거야?’ 이에 대한 답은 건설부가 1970년 7월에 펴낸 ‘남강다목적댐 공사지’에 담겨 있다.

남강다목적댐 공사지. (건설부, 1970년 7월)남강댐 방류량 변화에 따른 하류지역의 수리 안정석 분석 연구. (한국수자원공사, 2009년 9월)
남강다목적댐 공사지. (건설부, 1970년 7월)
남강댐 방류량 변화에 따른 하류지역의 수리 안정석 분석 연구. (한국수자원공사, 2009년 9월)

이 공사지는 남강댐을 건설한 경위와 개발계획의 연혁, 기본계획, 설계와 시공 과정 등을 자세히 기록한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제10장 제4절에서 ‘어업권 보상’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선 부산수산대학(장선득 교수)에 연구를 맡겨 어업 보상 범위와 보상 기준 등을 정했노라 밝혀 놓았다.

이어지는 연구 결과 부분. 먼저 남강댐 방류로 인한 어업 피해 보상의 범위를 “삼천포·창선 및 노량 수도의 협착 구간 이내의 해역”으로 정했다. 이 구간에 어업권자는 112건이 있으며, 면허 기간을 넘긴 면허실효 어업권자와 무면허·무허가 어업권자까지 포함하면 보상 대상이 7174건이라고 밝혔다.

보상의 기준으로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면허 어업 보상은 피해액을 전액 보상. 둘째, 면허 실효분은 피해액의 30%에 시설비를 더해 지불. 셋째, 무면허 어업은 피해액의 30%만 지불.

이 기준에 따라 추산한 어업권 보상비 조사액은 △면허 어업권 2억 5779만 원 △면허 실효 어업권 2591만 원 △무면허 어업권 1억 2844만 원 정도다. 이를 합하면 4억 1215만 원 남짓. 이를 지역별로 나눴을 땐 △삼천포 3억 22만 원 △남해 1억 1488만 원이었다. 두 금액의 합계는 4억 1454만 원으로, 왜 조사액과 차이를 보이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사천과 하동 지역의 보상비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어쨌거나 삼천포 지역의 보상금이 지금의 사천 전체의 보상금이라고 가정하면, 그 금액은 3억 원 정도다. 이 금액을 오늘날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이를 정확히 계산하긴 매우 어려우나,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한 화폐가치 계산법’에 따라 단순히 접근해보면 대략 69억 원 남짓이다.(※1970년 대비 2021년의 물가 상승 배수를 23.1배로 잡았다.

이 금액이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는 삼천포수협의 1년 치 거래실적과 비교하면 쉽게 드러난다. 지난 10년간 삼천포수협의 연간 거래실적은 늘 1000억 원이 넘었다. 다른 지역보다 수산업 경기가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는데도 말이다.

이와 관련해 공사지엔, 정확한 피해액 산정을 위해 위탁 판매 실적이나, 납세 실적, 소요 경비 등으로 연간 생산량을 계산하거나 유추해야 함에도 그러한 정보가 부족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수산물뿐 아니라 대체로 모든 부문의 거래가 현금으로 이뤄지고, 특히 영세 어민의 경우 판매량을 일일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던 시절임을 고려하면 이해 가능한 대목이다. 이는 결국 피해 보상액이 실제보다 적게 책정되는 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뒷받침하듯 당시엔 ‘어업 피해 보상금이 턱없이 적다’는 불만이 어민들 사이에 팽배했다.

그런데 이 공사지엔 보상의 범위와 기준을 둘러싸고 두고두고 논란을 일으키는 중요한 언급이 하나 있다. ‘피해 예찰’ 부분에 있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남강다목적댐의 사천방수로를 통하여 방수되는 담수의 수량은 42시간 동안에 약 6113만㎥로서, 방수량은 최고 1750㎥/sec에 달한다.”

이를 두고 어민들은 1970년 무렵의 어업 피해 보상이 ‘1초에 1750톤 방류’를 기준으로 이뤄졌노라 주장한다. 그러니, ‘남강댐의 계획방류량이 5460톤/초였던 만큼 피해 보상을 더 하라’는 주장도 가능한 셈이다.

태풍 '루사'(2002년)때 남강댐 방류로 인해 ​​​​​​​​​​​​​​​​​​​​​사천만 건강망에 포획된 민물고기(가물치와 향어).
태풍 '루사'(2002년)때 남강댐 방류로 인해 사천만 건강망에 포획된 민물고기(가물치와 향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남강댐 방류로 어업 피해가 극에 달했던 2002년 하반기에 가장 뜨거웠다. 태풍 루사가 남긴 상처이기도 했다. 당시에 어민들의 주장과 달리 수자원공사는 ‘5460톤/초 방류를 기준으로 보상했다’고 맞섰다.

그러자 양쪽은 수산 전문기관에 의뢰해 이에 관한 판단을 받아 보기로 했다. 연구를 맡은 곳은 당시 경상대, 부경대, 여수대 3곳이었다. 결과는 대체로 하나였다. 어민들의 주장처럼 ‘1750톤/초의 방류를 기준으로 보상 금액을 산정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

이러한 자문 결과는 어민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이를 애써 외면했다. ‘자문 결과를 수용하고 그에 따라 민원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취지의 약속을 했음에도. 지금도 어업 피해 보상을 두고 울분을 토하는 어민들 생각의 바탕에는 이런 역사가 숨어 있다.

반면, 수자원공사는 보상의 기준이 어떻고, 범위가 어떻든, 과거 어업권은 모두 소멸됐다는 입장이다. 모든 어업권에는 유효 기간이 있고, 어업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의 소멸시효(10년)도 끝났다는 논리다. 이 논리에 결국 재판부도 동의한 셈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이 늘 법이란 테두리 안에 머문다는 점에서, 때론 그늘도 있기 마련이다. 법이 현실을 못 따르는 경우도 부지기수 아닌가. 남강댐과 사천만 방수로가 갖는 역할과 기능, 그 속에 일방적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사천만의 처지를 두고 그저 ‘운명이니 받아들이라’ 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어민들의 울분은 여기에 닿아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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