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삼천포에는 오일장이 있다. 매월 4일, 9일로 끝나는 날마다 시장이 선다. 그날은 삼천포에도 차 없는 거리가 생기는 셈이다. 전화국 앞부터 삼천포 보건소까지 골목마다 사람들은 시장을 채운다. 그 속에서 나는 엄마를 발견했다. 
딸과 함께 길에서 족발을 삶는 엄마, 치매 엄마를 모시는 고추 방앗간 사장님, 아이 옷을 파는 아이 엄마, 남들 이름 줄기차게 외워도 정작 당신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세탁소 아주머니, 꽃구경도 장날에 실컷 하는 매니큐어 아주머니. 
한 날은 배가 고파서 꽈배기를 사러 시장에 갔다. 시장 골목 안에서 우연히 우리 엄마를 마주쳤다. “엄마, 왜 연락 안 했어?” 누군가의 엄마를 찾던 중 우리 엄마를 발견해 버렸다. 꽈배기를 얻어 먹을 심산으로 엄마를 쫄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엄마는 말했다. “오이는 시장이 싸.” 그렇구나. “과일 먹고 싶은 거 있어?” 봄날 나는 수박을 외쳤다. 눈을 흘기며 엄마는 말했다. “요즘은 참외가 금 값이야.” 그렇구나. “뭐, 필요한 거 없어?” 나는 여주를 건조해 놓은 흰 봉투를 보았다. “여주차를 마시고 싶어.” 그러자 엄마는 “여주가 당뇨에 좋아. 근데 너무 진하게 우려 마시면 써.” 그렇구나. 엄마는 1만 원을 나 대신 계산했다. 나는 꽈배기만 살 생각으로 5000원만 가지고 나온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꽈배기가 맛있는 집은 골목 끝에 위치했다. 찹쌀떡과 꽈배기를 좋아하는 나와 달리 엄마는 앙금이 든 빵을 고른다. 살찐다며 하나만 고르는 모습에 감사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머지를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엄마는 꽃 장터 앞에 멈췄다. “무스카리는 내가 많이 심어 놨어.” 그렇구나. “펜지는 너무 흔한데 예쁘네.” 그렇구나. “매발톱이 참 예쁘네.” 그렇구나. “제라늄은 삽목하면 되니까 안 살래.” 엄마는 꽃밭에 집중했지만, 아무 꽃도 사지 않았다. 그러고는 내게 물었다. “뭐 필요한 거 없어?” 눈치 없음 모드로 조작한 나는 “뻥튀기가 3봉지에 5000원 하네.” 넌지시 말한다. 뻥튀기 세 봉지를 들고 꽈배기와 길을 걸었다.
친구와 문자를 하던 중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엄마 머리가 많이 빠져서, 이제 묶기 힘들어> 친구는 5년 전의 엄마 사진을 내게 보내주었다. 곱게 머리를 땋은 뒷모습 사진이었다. 친구 엄마의 앞모습이 얼마나 고울지 상상이 될 그러한 사진. 

나는 요즘 엄마를 기록한다. 엄마가 진달래 꽃길을 산책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남기기도 하고, 손녀 기저귀 가는 장면, 안마기에 누워 자는 장면, 밭에서 풀 매는 장면을 다 영상과 사진으로 남겨둔다.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내가 칠십까지 산다고 해도 몇 년 안 남았어. 한 달에 한 번씩 본다면 일 년에 열두 번밖에 못 봐.” 엄마의 말을 되새긴다. 

 

장날에 발견한 우리 엄마다. 엄마는 꽃을 사랑한다. 근데 쉽게 꽃을 사지 않는다. 씨앗을 사서 기르거나, 꽃을 삽목하여 꽃을 만들어 낸다. 적극적인 꽃 사랑법을 실천하는 엄마의 모습이 밉지 않다. 다만 시장에 앉아서 꽃을 보기만 하는 엄마를 보며, 나는 잘못 자란 느낌이 들 뿐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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