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 시인.

 

[뉴스사천=송창섭 시인] 우리는 지금 주변 어디에서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구마을이란 표현이 낯설거나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일부 직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역할을 맡지 않으면 일을 해낼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라 불리는 그들의 삶이 우리와 분리된 혹은 차별화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융화되어 우리와 동등하게 누리는 곧 우리의 삶임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삶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고도 타당한 근거가 있음에도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을 벗어나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업주로부터 임금을 제때에 받지 못하고 노동착취를 당하는가 하면 욕지거리와 폭행으로 인격을 유린당하는 등 인권 사각지대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가슴을 때리는 건 그들이 낯선 이국땅에서 고귀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민 단체에서 일고 있지만 아직은 그 목소리가 미미해 국민 정서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기에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서글픈 삶을 담은 네팔 노동자의 시를 읽습니다.

(줄임)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여기는 재스민과 천일홍들이 애정을 뿌리며 웃지 않는다/새들도 평화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줄임) 사람이 만든 기계와/기계가 만든 사람들이/서로 부딪히다가/저녁에는 자신이 살아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구나/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여기는 사람이 기계를 작동시키지 않고/기계가 사람을 작동시킨다//나도/새벽이 언제인지/밤이 언제인지/모르고 살아온 지 수년이 지났다/이 기계의 도시에서/기계와 같이 놀다가/어느 사이/나도 기계가 되어버렸구나
   - 서로즈 서르버하라 「기계」 부분

기계란 생산성 편의와 다량 생산을 위해 인간이 지혜를 으깨어 만든 도구입니다. 따라서 노동자에게 기계를 다루는 숙련된 능력을 갖추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이는 효율성을 상승시키는 효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노동자의 안전과 직결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답게 사는 길은 인격체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을 나누는 일에서 출발합니다. 그런 마음이 인간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살아 있어도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노동을 하면서 스스로 기계가 되어 버렸다고 인식하는 것은 삶의 가치를 위배하는 행위가 일터에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네팔 노동자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새의 노래를 즐기고 서녘 하늘로 지는 노을의 아름다움을 맛보며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거머쥔다면, 기계를 마주하며 느끼는 서글픔 따위는 거뜬히 떨쳐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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