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출신 ‘꾸엔’ 씨가 털어 놓는 한국 그리고 사천
“베트남 사람이 가장 가고 싶은 곳 ‘한국’…드라마 영향”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기…“힘들지만 월급날 기분 좋아”
“사천은 좋은 일자리 많은 곳…친절한 사람들로 기억”

한국(사천)에서 10년을 일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베트남 국적의 누엔 틴 꾸엔(32세) 씨.
한국(사천)에서 10년을 일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베트남 국적의 누엔 틴 꾸엔(32세) 씨.

[뉴스사천=변한얼 시민기자] 1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의 삶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가 있다. 베트남 국적의 누엔 틴 꾸엔(32세) 씨. 그는 한국 생활 거의 다를 경남 사천에서 보냈다. 자신의 20대 청춘, 아니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3분의 1을 한국과 사천에서 보낸 셈이다. 그는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을까? 또 무슨 결실로, 어떤 새 꿈을 꾸며 고향으로 돌아갈까? 출국일 하루 전인 지난 16일, 지극히 평범한 이주노동자로 살아온 그를 만나 이런저런 궁금증을 풀었다.

△자신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이름은 누엔 틴 꾸엔(NGUYEN TIEN QUYEN), 1989년생입니다. 고향은 베트남 하노이이고, 고향엔 부모님과 아내와 아들 하나가 있어요. 2010년 9월 7일에 한국에 들어왔고, 원주에서 일을 시작했다가 6개월 후 사천으로 옮겼어요. 두량농공단지에 있는 동신금속에서 지금까지 일했습니다. 

△굳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베트남 사람들이 제일 일하러 가고 싶어 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왜냐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본 한국의 발전된 문화를 직접 보고 싶어서죠. 한 번이라도 한국에 꼭 가보고 싶어 합니다. 제가 한국을 택한 이유도 같아요.

△한국에서 직접 생활하며 느낀 한국은 어땠나요?

=먼저 음식이 너무 매웠어요. 드라마로는 알 수 없는 사실이었죠.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데, 매운 음식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회사 식당의 반찬도 그렇고. 김치가 가장 매웠죠. 날씨도 생각보다 추웠습니다. 첫 겨울을 지낼 때 감기도 걸려 힘든 적도 있었고. 첫해 겨울에 야간작업할 때는 너무 추워서 피부가 갈라지기도 했죠.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모두 따뜻하리라 생각했는데, 다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2014년 꾸엔 씨가 잠시 베트남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어 선생 정초원 씨 일행이 그의 집을 방문한 모습.
2014년 꾸엔 씨가 잠시 베트남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어 선생 정초원 씨 일행이 그의 집을 방문한 모습.

△사천에선 10년 동안 무슨 일을 했죠?

=원주에 있다가 사천에서 일하던 친구의 소개로 사천으로 왔어요. 사천이 원주보다는 작지만 일하기는 덜 힘들었죠. 그리고 사천에는 베트남 친구들이 많아서 마음이 훨씬 편했습니다. 선반 CNC에서 로봇 3대를 관리하는 일을 했는데, 쇠를 깎아 베어링을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격주로 주간과 야간에 번갈아 일했고요. 일할 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그렇게 해서 한 달 월급 280만 원을 받을 때는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사천이 국내 다른 도시와 비교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생활하기에 어떤가요?

=사천은 다른 지역보다 날씨가 따뜻하고 또 착한 친구들이 많아 좋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일하러 온 사람으로서 사천은 좋은 일자리가 많아요. 일은 힘들지만,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단점은 야간작업하고 낮에 잠을 잘 때 비행기 소리가 너무 커서 잠자는 데 방해가 됩니다. 그것 말고는 다 좋습니다.

△사천 사람들에 대한 느낌은?

=사천 사람들은 저에게 매우 친절했습니다. 먼저 관심을 가져주셨죠. 사실, 배드민턴 클럽회원이 아님에도 친구들이랑 배드민턴을 치러 갔을 때 다른 분들로부터 많은 배려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10년 가까이 저를 챙겨준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 식구들이 가장 기억에 남죠.

△이제 베트남으로 돌아가는데, 소감은?

=원래 비자 만료일이 1월 20일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출국을 못하고 지금껏 기다렸습니다. 서울에 있는 베트남 대사관에서 귀국 신청을 하고 3개월 정도 지났죠. 사실 돌아가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지만, 막상 귀국 결정 연락을 받으니 놀랐고 또 서운했습니다. 좋기도 하고, 서운하고 슬픈 마음도 함께 듭니다.

배드민턴 대회에서 1등 수상 후 꾸엔 씨.
배드민턴 대회에서 1등 수상 후 꾸엔 씨.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많지만,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8년 11월 삼천포체육관에서 열린 사천시협회장기 생활체육 배드민턴대회에서 1등을 했을 때입니다. 물론 수준별로 나뉘어 있지만 제가 출전한 등급에서 1등을 한 것이죠. 친구들과 취미로 하던 배드민턴이었는데, 대회에 나가 1등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또 다문화통합지원센터에서 한국어도 배우고, 문화 탐방하러 여러 곳을 여행한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외도, 장사도, 낙안읍성 등이 생각나네요. 정초원 한국어 선생님이 베트남 우리 집에 한 번 다녀간 것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요. 

△베트남으로 돌아가면 어떤 계획이 있나요?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집에서 좀 쉬면서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아요. 베트남도 많이 변했기에, 특히 경제가 가장 많이 변했을 것 같아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쉬면서 상황을 보고 결정하려고요.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부동산 중개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저희 집 근처에 한국 계열 회사가 많이 생겼는데, 한국 직원들이 살 아파트나 땅을 중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천 시민과 한국민들에게 마지막 인사 한마디?

=사천에 사는 동안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나면 베트남에 꼭 놀러 오세요. 베트남은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 정말 많습니다. 꼭 놀러 오셔서 베트남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사천 시민 여러분, 그리고 한국 국민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동료와 함께 등산 중인 꾸엔 씨.
동료와 함께 등산 중인 꾸엔 씨.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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