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지난 겨울의 추위가 유독 매서워 올해 봄은 좀 더디게 오려나 했더니 의외로 더 빨리 왔다. 매화에 뒤이어 목련꽃 벚꽃이 화들짝 피었다 사라진 후, 벌써 복숭아꽃 배꽃이 한창이다. 기후 변화런가 짐작도 해 보지만, 매서운 추위가 닥치면 봄은 더 서둘러 온다고 해석하고 싶다. 

지금 한창 몸서리쳐지는 시련을 겪고 있는 미얀마의 봄도 좀 더 서둘러 왔으면 좋겠다. 국민에 의한 투표 결과에 불만을 가진, 군부 세력이 일으킨 쿠데타에 의해 반민주 독재정권이 들어설 조짐이 보이자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미얀마 국민이 시위에 나선 지 두 달이 되었다. 그동안 군경의 총에 희생된 사망자가 550여 명을 헤아린다고 하고 구금자도 2,7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 시간에도 그 숫자는 더 늘어나고 있을 것이다.

1980년의 우리나라 5·18광주민주화항쟁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사회관계망이 형성돼 있지 않았기에 군부 독재 집단이 언론을 장악하여 국내외 소식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 미얀마의 참상이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달되고 있다. 미얀마 국민은 광주 항쟁이 자기들의 현재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우리에게 도움을 구하는 메시지를 전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한다. 

우리 정부도 미얀마 국민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에 대한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하는 한편 미얀마에 대한 최류탄 등 군사 물자 수출과 진행 중인 경제 협력 사업도 중단한다고 발표하였다. 미얀마 군부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 러시아 등을 제외한 나라들도 우리와 비슷한 성명을 내고 있으나, 사실상 경제적 압박 이외의 별 제재 방법을 찾을 수 없는 모양이다.

그간의 역사를 겪으며 맺힌 미얀마 특유의 계층적 종족적 은원 관계와 국제사회와의 역학 관계를 떠나서, 백번을 양보해도 비무장 자국민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군인들은 살인자라 할밖에 없다. 그 살인자들을 거느리는 그들 군부 집단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 것인가. 

1956년 공산당 독재를 규탄하고 자유를 부르짖는 헝가리 의거가 있었다. 소련 군대의 침공으로 대략 이만여 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내고 종결되었다는 이 의거를 두고 시인 김춘수는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라는 시를 썼다. 일부만 소개한다. 

“네 죽음을 보듬고 부다페스트의 밤은 목놓아 울 수도 없었다./ 죽어서 한결 가벼운 네 영혼은/ 감시의 일 만의 눈초리도 미칠 수 없는/ 다뉴브 강 푸른 물결 위에 와서/ 오히려 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소리 높이 울었다.”

잠시 왔다 가 버린 1968년 ‘프라하의 봄’ 같은 게 아니라 영원히 지속될 ‘미얀마의 봄’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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