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새로운 이름, 국토의 정원사」 쓴 김육곤 씨
‘농업·농촌’ 애정 담아 유럽의 ‘공익형 직불금’ 소개
농협 사천시지부장 때도 강조했던 ‘농업 가치’ 강조

농부의 새로운 이름 국토의 정원사 / 저자 김육곤 / 글나무 / 2021 
농부의 새로운 이름 국토의 정원사 / 저자 김육곤 / 글나무 / 2021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유럽도 우리 못지않게 크고 작은 전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유럽 농촌을 보면 어디라도 멋진 정원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워요. 다 농부들 덕분이죠. 그 공로를 일반 국민이 알고 있어요. 그래서 공익형 직불금 형식으로 그들에게 돈을 주는 일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갈 수 있어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농업이다.’쯤으로 풀이할 수 있는 말이다. 농업은 곧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로서, 인간의 생명 유지와 바로 맞닿기에 마땅히 고개를 끄덕일만한 표현이다.

하지만 오늘의 모습은 어떤가. ‘산업화’, ‘도시화’, ‘글로벌화’를 거치면서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농민의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야 누구나 알만한 일. 그렇다면 남은 농민들은 경쟁력이라도 올라가야 할 텐데, 꼭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농사로는 먹고 살기가 너무 빠듯하다’는 하소연이 아직도 대한민국 들녘에 가득한 게 현실 아닐까.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아프게 바라보는 이가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 헌법 반영 1000만 명 서명운동’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김육곤(60) 씨다. 그가 자신의 오랜 경험과 고민을 담은 책 「농부의 새로운 이름, 국토의 정원사」라는 책을 내놨다.

1988년부터 농협과 인연을 맺은 김 씨는 2001년부터 6년간 농협 유럽사무소장을 지냈다. 그는 이 시기에 유럽의 여러 나라가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주목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 그저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공익형 직불금 형태로 농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음이 부러웠다.

유럽에서 국내로 복귀한 뒤로도 틈만 나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강조했던 김 씨. 결국 2018년에 「농업의 가치」, 「농업의 가치를 아십니까?」라는 책을 잇달아 펴냈다. 그리고 최근에 그 후속작을 내놓은 게 「농부의 새로운 이름, 국토의 정원사」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농부가 단지 경제적 개념의 농사, 그보다 훨씬 더 다양한 공익의 일을 하는 사람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특히 그가 앞서 펴낸 책에서 다 소개하지 못한 유럽의 구체적 사례를 담았다는 게 특징이다. 축산 부문에서 어려운 숙제를 푼 네덜란드, 빼어난 농촌 경관을 지닌 독일, 브렉시트로 농촌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영국, 유럽의 작은 농업 강국 에스토니아 등 10개국의 이야기가 담겼다.

유럽의 이들 나라의 이야기가 우리의 농촌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그는 가능하리라 내다봤다.

「농부의 새로운 이름, 국토의 정원사」를 쓴 김육곤 씨
「농부의 새로운 이름, 국토의 정원사」를 쓴 김육곤 씨

“한꺼번에 다 할 순 없죠. 유럽도 직불금 형태의 예산을 확보하고 반영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우리도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꾸준히 알리고 공감대를 넓히다 보면 납세자, 즉 일반 국민이 농민들에게 급여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 거예요. 그때까지 꾸준히 나가야죠.”

언젠간 우리나라 납세자도 ‘국토의 정원사’에 주목할 수 있음을 강조한 김 씨. 사실 그도 농민의 아들이다. 그는 경남 사천시 사남면 화전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09년부터 3년간 농협중앙회 사천시지부장을 지냈을 만큼 사천과 인연도 깊다. 지난해 7월, NH농협은행 전무를 끝으로 농협에서 퇴임한 뒤 지금은 농업 관련 자문 업체인 BCA컨설팅의 대표를 맡고 있다.

납세자(=국민)가 국토의 정원사(=농부)에게 급여를 주는 날이 오길 바라는 책. 「농부의 새로운 이름, 국토의 정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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