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깨달으며] 

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뉴스사천=송창섭 시인] 글을 배움으로써 어른들에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변화는 새로운 경험을 갖게 했고 삶의 영역을 넓혀 주었습니다. 글쓰기를 되풀이하면서 떨리는 마음을 다잡았고 이는 긍정의 힘으로 솟구쳤습니다. 긍정의 힘은 부족한 용기를 채워 주었고 무의식에 갇혀 있던 자신감을 끌어내었습니다. 머뭇거리고 눈치만 살피던 소심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주위를 바라보는 시각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글자를 안다는 건 그냥 묻힐 뻔한 과거의 기억들을 기록하고 누군가와 공유하며, 단절된 대화를 이어주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다양한 사연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른들이 쓴 세 편의 시에서 우러난 진국을 훌훌 맛보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최순복의 시 「연극배우 순복이」입니다. “내는 홍도 시어미다/허여무리 분칠하고/눈꼬리는 찍 올리고/가리마 타고 비내 쪼잤다/글모리는 매느리 홍도에게 퍼붓다/무식한 매느리가 집구석 망친다고/홍도가 울었다 연극이라도 미안하다/“내 탤래비 나오데 출세했다”/친구가 말해주서 기분 조타/공부 한자 더하라고/남편이 설거지는 맡타한다/순복이 인생 꽃치 핏다”

연극 등장인물로서 대본을 익혀 연기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선 경험과 그 느낌이 글감입니다. 티브이에도 나왔다 하니 자신은 물론 가족, 친구, 마을의 경사가 되었습니다. 환호작약하듯이 기뻤을 겁니다. 덤으로 남편의 도움까지 끌어내었습니다. 일거삼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뒤늦게 인생이 만개했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김석점이 쓴 「새끼 돼지」입니다. “여들살 때 친구하고 놀다오니/이웃집 돼지새끼가/주딩으로 도가지 뚜까리로/홀타 먹다가 우리 젓단지로 깻다/부지깽이로 궁디럴/팍 때릿드만 다리를 쭉 뻐덧다/아지매가 질질 끌고 가는 걸/숨어서 보앗다/그 돼지는 어찌 대쓸꼬”

유년 시절의 추억입니다. 돼지 새끼가 단지를 깨어 부지깽이로 내리쳤는데 그만 뻗어, 주인아주머니가 끌고 가는 걸 숨어서 본 일입니다. 들켜서 혼나지는 않았나 봅니다. 그래도 돼지의 안부가 걱정되었던 모양입니다. 그깟 짐승 때린 걸 차마 잊지 못하고 그 안타까운 심정을 긁적였습니다. 기가 찹니다. 이 순박함!, 이 따스한 인정미!, 대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사과 편지」는 김시자의 시입니다. “며늘아 준영애미야/니가 인자 살림 잘하는데/내가 너무 머라 한그갓다/머라 해서 미안하다/글로 사과 하꾸마/날씨 덥다 머라도 잘 챙기 묵그라”

아무리 잘잘못이 선명하다 해도 시어미가 며느리한테 사과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충효를 강조하는 유교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틀을 깨고 윗사람이 먼저 아랫사람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껴안는다면 그 가정은 사랑과 존경 그리고 평화가 넘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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