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미나리

미나리 영화포스터.
미나리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지금 미국 영화 평단은 한국계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인 <미나리>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미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고 오스카를 한 달 여 앞둔 시점에서 <미나리>는 화제성에 있어서도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얼핏 봤을 때 크게 화제성이 있지도 않고 ‘원더풀’을 외칠만한 캐스팅과도 거리가 먼데 왜일까? 그리고 평단의 호평은 보통 사람들의 공감에 이를 수 있을까? 

어찌 보면 부질없는 이 의문은 <미나리>라는 영화의 결을 따라가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저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좋은 영화가 가진 보편성의 힘이다. 어떤 피부색을 가진 배우들이 등장하건 어떤 언어로 스토리가 진행되건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은 보편타당한 이야기의 힘이다. 그리고 <미나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가족이다.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이라는 아이러니는 잠시 논외로 미루고 <미나리>는 미국이라는 공간에서 미국 자본으로 미국 국적의 감독이 만든 미국 영화다. 그러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이다. 바로 이 지점이 <미나리>라는 영화의 출발점이며 정체성의 뿌리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시민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그들의 정착史 역시 <미나리>의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나리>에 정말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시선이 쏠리는 이민자의 서사보다는 영화의 분위기를 만드는 시청각적 완성도다. 자칫 지루하고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에 따뜻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음악과 잘 정돈된 미장센이다. 거칠고 힘든 삶 속에서 잠시 스쳐 지나는 행복의 순간을 빛이 나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섬세한 연출의 힘이다. 아름답고 조화로우며 평범하고 따뜻한 영화로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척박한 서사를 뚫고 나오는 향긋한 미나리의 힘은 그야말로 ‘원더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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