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지나온 터라 여전히 추운 날씨거니 했는데, 무심코 들판에 나서 보니 매화가 활짝 피었다. 흰 매화뿐만 아니라 붉은 매화도 한창이다. 자칫했으면 봄까지 놓칠 뻔했다고 무딘 감각을 탓하다 보니 이런 일이 사실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봄은 우리 곁에 와 있은 지 꽤 되는 모양이다. 그새 일 년이 지나고 한 살 나이를 더 먹었다. 그 많은 날을 누리며 밥만 축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비닐하우스에서가 아닌 전통적 농사도 아마 이때쯤 시작되는 것 같고, 우리의 학교도 이 무렵 새 학생을 맞고 옛 학생은 한 학년 진급한다. 학교를 마치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새내기들의 활기찬 모습이 그려지는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희망을 품기에 좋은 때고 꿈을 꾸기에도 마땅한 때다. 설혹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꿈이 없으란 일은 없다. 젊은이보다 시간이 적으니 서두르기도 좋다. 지금 고통에 빠지고 절망적 상황에 이르렀다고 하여 희망도 버려야 한다는 법은 없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하는 때의 그 봄이 정말 와 있다. 희망을 버리지 말고 버텨야 한다. 절망 다음은 희망이다. 두루 좋은 때가 되었다.

그러니 지금이 바로 그 씨를 뿌릴 준비를 할 때다. 봄에 씨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는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모든 일은 그냥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 봄에 땅 일궈 씨 뿌리고 여름에 땀 흘려 가꾸고 가을에 정성 들여 거두는 일에 어디 한 군데 만만한 데가 없다. 부자거나 덜 가진 사람이거나, 몸이 성한 사람이거나 불편한 사람이거나, 농촌 사람이거나 도시 사람이거나 다 같다. 공들여 계획을 세우고 꼼꼼히 실행해 그 결과물을 나누거나 저장하는 일이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 사는 일이다. 

그 과정에 사랑이 생길 것이다. 간혹 다툼이 있을 수 있으나 일부분일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신념에서 나온 방법의 차이일 것이다. 우리가 맞이한 이 아름다운 봄은 모든 사람에게 꼭 같이 왔다. 그 봄을 어떻게 맞느냐 하는 일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나, 이왕이면 이 봄을 더 크게 더 아름답게 느꼈으면 한다. 

졸시(拙詩) 「봄 2」를 인용한다. 타인의 시를 임의로 소개하지 못하는 사정도 고려하여 부끄러움을 무릅썼다. 이 시는 ‘살아있는 것들은 돌아가신 이들의 사랑에 의해 존재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으면 하는 시다. 물론 어떻게 읽든 그것은 독자의 몫이다.

“지난 겨울 떠나신/ 어머니 무덤에/ 새 풀이 돋았다/ 어린 손자 놈이/ 할머니 누워 잔다 한/ 그 땅 밑에서/ 어머니는 또 새것을 만드신다/ 보아라/ 이것들이 다 어디서 오느냐/ 이 여린 것들이/ 보람이 되겠거니/ 풀뿌리 끝 땅 밑에서도/ 사랑이 돋아/ 이 봄에 산 것이 빛이 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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