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시인 청소년시집 ‘열일곱 살 아란야’ 출간
성장통 겪는 아이들을 향한 애정 담은 특별한 시집 

김은정 시인과 시집 표지.
김은정 시인과 시집 표지.

‘나를 사랑하는 노래를 부르는 자는 / 누가 알아주든 말든 제 갈 길을 잃지 않는다. / 삼천포고등학교 1학년 임도윤은 / 거울 속의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알고 있다. // 常人依支忹 상인의지왕 / 汝來崎自冘 여래기자임 / 大海見懼勿 대해견구물 / 人生海主恁 인생해주임 // 항상 남을 의지하려 하지 마 / 너에게 닥친 어려움을 스스로 헤쳐나가야 해 / 망망대해를 보며 두려워하지 마 / 인생의 주인은 바로 너야 (임도윤 작, 「망망대해(茫茫大海)」) // 내가 아니면 누가 나를 지키나 / 망망대해는 지금부터 가야 할 새로운 무대 / 이글이글 눈동자 속에서 꽃불로 흘러나와 / 대천 허공을 향해 열망의 불화살을 쏘는 편지 // 나의 존엄이 나의 승화에게!’ - ‘스스로를 응원하는 시간’ 시 전문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현직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보낸 소중한 추억과 축원을 담은 특별한 시집을 펴내 눈길을 끈다. 삼천포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김은정 시인이 최근 청소년 시집 ≪열일곱 살 아란야≫(푸른사상 청소년시집 5)를 펴냈다.  

이 시집에는 성장통을 겪는 열일곱 살 아이들을 향한 김은정 시인의 애정이 촉촉하게 스며있다. 시인은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지은 작품들을 액자식으로 구성해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여기에 시인은 청소년 한명 한명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고, 축원의 바람을 함께 적어 시편을 하나 하나 완성시켜 나갔다. 시인은 아이들과 교사의 생활공간인 교실과 교정의 풍경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았다.   

김은정 시인은 3년 전 학생들이 수행평가와 교내 백일장에 낸 시편이 그대로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워 시집으로 엮을 궁리를 했다. 수행평가 후 쓰레기통에 버려질 뻔 했던 학생들의 작품은 시인이자 교사의 관심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이 시집에는 학생들의 한시(漢詩)와 일본어 시간의 원어(原語) 하이쿠까지 등장한다. 아이들은 네이버 사전과 검색 등을 해가며 저마다의 고민을 담은 시들을 완성했단다. 어떤 시편은 등단한 시인 못지않은 깊이를 드러낸다. 일상의 소소한 느낌과 고민이 담은 시들은 청소년다운 언어여서 더 애틋하고 아름답다. 

‘아란야’는 불교용어로, ‘촌락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수행하기에 알맞은 조용한 곳’이라는 뜻이다. 아이들에겐 배움터이자 수행의 공간이다. 수행평가의 결과물이니, ‘아란야’란 표현은 묘하게 설득력 있다.   

이 시집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소통을 계속한 교사여서 가능한 시집이다. 그동안 전통적인 시집의 구성에서는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이 시집이 나오기까지는 꼬박 3년이 걸렸다. 열일곱살 소년소녀들은 어느새 스무살 청년이 되었다. 시집 속 추억의 공간, 냄새, 고민했던 흔적들이 이젠 추억으로 남았다. 이 시집은 아이들의 미래와 또 함께 할 것이다.  

김은정 시인은 사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를 1987년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연암 박지원의 풍자 문학에 나타난 정치적 상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삼천포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사회과교육연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시인은 1996년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너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일인분이 일인분에게≫, 학술서로 ≪연암 박지원의 풍자정치학≫, ≪상징의 교육적 활용-미란다와 크레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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