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새해전야

새해전야 영화포스터
새해전야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행복한 하루 되세요.’란 말은 어느 순간 그야말로 인사치레가 되어버렸지만 사실 요즘처럼 행복한 하루가 절실한 시절도 드물다. 그냥 일상적인 평범한 하루의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행복을 묻는 영화 <새해전야>는 그래서 요즘 정서와 참 닮았다. 그저 행복했으면 하는.

성향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삶의 방식도 서로 다른 네 커플의 사랑, 연애, 결혼,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새해전야>는 무엇보다 배우들의 합이 참 좋은 영화다. 연기야 뭐 더할 나위 없고 시너지 효과도 좋다. 관객의 입장에서 어느 커플 속으로 들어가든 내 현실과 비슷한 부분이 공감의 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한정된 러닝타임에 네 커플의 이야기를 넣다 보니 영화의 구성과 설득력이 아쉽다. 조화롭게 결합해서 어느 순간 바느질 자국 없는 비단처럼 매끄럽게 결합했다면 대성통곡했을 수도 있는 소재인데, 각자 이야기의 합은 좋지만 맞물리는 방식은 무척이나 삐걱거린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튀어나오는 예쁜 화면은 지루함을 잊게 만든다. 자칫 밋밋할 뻔했던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아르헨티나의 이국적 풍광은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다. 아름다운 풍경에 많이 약해진 감성을 건드리기에 딱 좋은 힐링 포인트다.
 
2013년 작 <결혼전야>에 이어 자신만의 옴니버스 로맨틱 코미디 문법을 공고히 하는 듯한 연출 방식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솔직히 기막힌 반전도 스펙터클한 액션도 없이 미장센과 정서만으로 이끌어가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는 큰 기대 없이 보는 것이 행복하다. 이 영화 역시 그렇다. 슬 내려놓고 나와 비슷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각보다 러닝타임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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