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선언이다. 영혼을 건드리거나 움직이는 몸의 쾌감을 전하거나 심장의 달달한 부분을 자극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인 영화가 나올 수 있음을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웅변한다. 무엇보다 도달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알고 가는 디렉션과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배우들의 조합이 기가 막힌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7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하청 업체로 파견 명령을 받은 정은(유다인)의 현실에 근접해서 노동하는 자와 노동하는 그들의 삶을 투시하는 영화다. 오랜만에 등장한 노동하는 자의 삶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 소재만큼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선명하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노동 환경의 열악한 변화는 여성 노동자인 정은에게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송전탑’만큼이나 낯설고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답은 있으며 원하는 상황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그 해답을 향해 연대하는 노동자의 노력과 분투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성차별,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사실 노(勞)-노(勞) 내부라기보다 생태계 꼭짓점의 자본가들이다. 그들에게 있어 지배와 피지배라는 관계는 가장 균형적인 사다리일 것이다. 그 잔혹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고 누군가는 착취해야 한다. 잔인한 자본의 역사다. 그리고 현재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노동의 역사 속 한 점으로 삶을 영위한다.

생각해보면 삶의 가장 아름다웠던 부분들에는 노동이 있었다. 직장인들은 절절한 감정 대입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늙은 노동자들에게는 지나간 노동의 역사가 주마등처럼 흐를 것이고, 이제 막 노동을 시작한 젊은 노동자들은 극복해 나가야할 미래를 볼 지도 모른다. 누가 봐도 만감이 교차할 것이 분명한데 ‘감’에 머물지 않고 온몸이 저릿하게 공명한다. 아프지만 참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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