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사천 관광’을 생각한다 (박창민 사천시 관광진흥과장)

사천시가 지난해 꾸민 ‘무지갯빛 해안도로’. 젊은 관광객들에게 사진 촬영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뉴스사천DB)
사천시가 지난해 꾸민 ‘무지갯빛 해안도로’. 젊은 관광객들에게 사진 촬영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뉴스사천DB)

[뉴스사천] 코로나19 여파로 마치 세상이 멈춘 것 같다. 그만큼 팬데믹의 충격이 우리 지역 관광산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심지어 ‘관광산업이 정상적으로 회복하려면 최소한 3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여행업계의 전망이다. 나아가 한쪽에선 ‘3년이 지나 관광산업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오르더라도 예전과 같은 소비심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내놓는다. 여행과 관광의 패러다임이 아예 변하리란 전망도 그럴 듯하게 들린다.

이런 전망을 마주한 현실에서 우리 사천의 관광산업은 어떻게 준비해나가야 할까. 특히 중요 변곡점이 될 2021년 3월의 삼천포~제주(항) 카페리 운항과 2028년 KTX 남부내륙고속철도 운행을 앞두고서. 2030년엔 초고령사회로도 진입한다니, 지역 관광업계로선 곧 롤러코스터를 탈 운명이다. 이 시기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해 본다.

관광, 먹거리부터 바뀌어야 한다

먼저 관광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먹거리다. 5년 전만 해도 볼거리가 우선이었지만 ‘먹방’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탓인지 요즘은 볼거리 못지않게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크다. 먹거리의 종류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사천시의 대표 먹거리는 생선회를 비롯한 해산물이다. 각종 건어물은 관광기념품으로도 인기를 끈다. 그러나 인근 통영시와 여수시를 보면 우리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특징이 있다. 꿀빵, 충무김밥, 게장백반 등 젊은이들도 좋아할 만한 개성 있는 먹거리가 준비돼 있음이다. 이는 관광객의 연령에 영향을 미친다. 즉 앞서 언급한 두 도시에는 노인과 젊은이의 관광객 비율이 5대5라면, 사천시는 2대8 정도로 기울어 있다. 젊은 관광객이 훨씬 적다는 얘기로, 이들을 늘리기 위한 맞춤형 노력이 필요하다.

대포항에 있는 ‘그리움이 물들면...’ 조형물.
대포항에 있는 ‘그리움이 물들면...’ 조형물.

마침 사천시 용현면과 남양동 일원 바닷가를 새롭게 꾸미면서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 흐름에 발맞춰 식당도 느는데, 횟집보다는 새우구이집을 비롯한 특색 있는 찻집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먹거리가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같은 맥락으로 피자를 생각해 보자. 30년 전에 들어온 피자가 젊은 세대의 식감을 완전히 변화시키지 않았나. 그리고 이 피자 세대들은 앞으로도 관광 먹거리를 이끌고 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들의 입맛을 저격할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 물론 고령자들의 추억어린 전통음식도 함께 가져 가면서.

다양한 관광기념품 개발이 시급하다

케이블카 운영 사무실 위층에는 민간이 운영하는 특산물 판매장이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멸치, 다래와인을 빼고는 대부분 통영과 남해 인근에서 생산된 기념품들이라는 점이다. 관광기념품이 너무 수산물 위주인 것도 문제지만 개발된 기념품을 소량으로 납품하지 않으려는 업체 측의 반응도 문제라고 여겨진다. 

삼천포지역(동지역)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케이블카와 연계한 관광산업 활성화다. 각산 전망대.
삼천포지역(동지역)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케이블카와 연계한 관광산업 활성화다. 각산 전망대.

반면 전북 순창의 경우를 보자. 순창을 찾는 젊은 관광객들은 고추장을 사 가는 게 아니라 고추장에 절여놓은 장아찌를 기념품으로 구입한다. 마찬가지로 건어물 또한 다신 물을 내지 않아도 되는 해산물 분말이나 환으로 2차 가공 포장된 기념품으로 개발해야 캠핑족들과 젊은 주부들의 호주머니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스마트관광 시대에 맞는 콘텐츠 개발도 필요하다. 사천시의 경우 용현면과 남양동 일원에 무지갯빛 해안도로라는 콘텐츠를 개발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의 수준도 사진작가 못지않아서 감동과 여유를 함께 뽐내고 있다.

숙박문화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숙박문화도 변하고 있다. 펜션을 이용하기보다 캠핑카를 이용한 ‘차박’을 즐기는 이가 느는 것이다. 이를 두고 기성세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지 모르나, 15년 전을 떠올려보자. 공중위생법의 개정으로 저가 호텔의 허가가 가능해지면서 1일 숙박권이 6만 원대의 비즈니스호텔이 나타났다. 이는 지금도 도심지 숙박시설로서 인기를 끈다.

그런데 사천에는 저가형 비즈니스호텔이 전혀 없어 통영이나 여수로 빠지는 관광객이 많다. 때마침 실안에 400실 규모의 비즈니스형 호텔이 들어선다니 다행스러우나, 숙박문화의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해야 함은 지역사회의 몫이다.

레저관광이 대세이다

인기리에 방영된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당시 드라마 촬영지를 두고 고민이 많았단다. 이순신 장군이 활약한 곳이 남해안임을 고려하면 드라마 촬영도 남해에서 하는 것이 마땅했지만, 드라마 세트장은 결국 전북 부안군에 들어섰다. 이유는 남해안 일대에 양식장이 많아 촬영지로 적합하지 않았음이다.

노을에 물든 삼천포마리나 전경. 실안은 전국적으로 노을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노을에 물든 삼천포마리나 전경. 실안은 전국적으로 노을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그렇다면 해양레저를 생각하면 어떨까.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아기자기한 섬들이 펼치는 절경, 태풍 영향이 적은 천혜의 피항지. 이런 점에서 사천은 통영이나 여수보다 해양레저를 즐기기에 훨씬 나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해양레저 인구를 우리는 얼마나 유치하고 있나. 인근 지자체에 다 빼앗기고 있지는 않나.

활공장 모습.
활공장 모습.

패러글라이딩 인구도 그렇다. 전남 담양군에는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관광객이 연간 10만 명이 넘는다는데, 거기보다 더 안전한 해풍과 한려수도라는 절경을 지닌 사천에는 사실상 해당 관광객이 거의 없다. 이는 마땅한 착륙장이 없기 때문인데, 적당한 착륙장만 있어도 새로운 레저 관광객을 더 유치할 수 있겠다.

‘젊은 관광객도 즐겨 찾는 사천’을 위해 

젊은 관광객은 먹고 활동할 수 있는 관광지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에 알맞은 모습으로 다가가야 하겠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먹거리를 준비하고,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숙박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모험과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체험거리도 준비해야 한다. 여기엔 사천시가 맡아야 할 부분도 있겠으나, 민간에서 채워야 할 부분도 있다. 따라서 ‘젊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사천’을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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