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나이팅게일'

'나이팅게일' 포스터.
'나이팅게일' 포스터.

제75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과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나이팅게일>은 19세기 오스트레일리아의 인종차별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추격 스릴러의 형식을 띠고 있으나 공을 들여 묘사하는 것은 폭력 그 자체다. 폭력의 역사를 조망하는 관점은 잔인하기까지 해서 굉장히 불친절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이다’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도 시원치 않을 시국에 고구마밭을 통째로 펼쳐놓는 느낌이니 말이다. 이 부분에서 당연히 호불호가 갈릴 텐데, 한 가지 더 미리 밝혀두기를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한다면 감상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만큼 ‘폭력’ 그 자체는 보통의 인간을 참 불편하게 한다. 제니퍼 켄트 감독의 뚝심에 손을 들어주면서도 보는 내내 분노 게이지가 솟구치는 것은 영화 자체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리얼리즘 성향 때문이다.

<나이팅게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계급, 인종, 식민지, 여성, 복수다. 복잡한 제국주의의 역사와 영국의 만행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우나,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세기 영국의 식민지에서 여성 죄수로 산다는 것, 흑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먼저 생각하고 보는 것이 좋다. 단순 위계의 최상단에 있는 잔혹 무도한 영국군과 최하단에 위치한 여성과 그 여성으로부터도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흑인, 이 세 존재가 꼭짓점을 이루고 그 삼각형 안을 채우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호주 태즈메이니아는 추악한 식민의 역사를 재현하는 잔혹한 공간이다. 제니퍼 켄트 감독은 “폭력이 지나치게 가공되지 않은 모습으로 비치길 바란다. 그것이 그 시대에 고통받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며 폭력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관점이 영화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 때로는 너무 불편하다 싶어도, 실제 역사는 이보다 더 잔혹했음을 알기에 심장이 꾹꾹 찍히는 느낌이 든다. 인종차별의 역사와 결은 다르지만 우리 또한 강점기라는 치유되지 않는 아픔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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