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20×15. 2020.
시작. 20×15. 2020.

같은 지역에 살면서 서로 풍문으로만 들었던 좋은 사람이었다. 연배가 비슷한 그는 뉴스사천에 글을 부탁했고 서예가가 무슨 글을 쓰겠느냐 하면서도 욕심은 냈다. 그렇게 시작된 글씨에세이는 오랫동안 나의 심장과 머리를 여과 없이 풀어내 주었다. 때론 에세이에 들어갈 글씨 보내는 것을 깜박하고 술집에 앉아 있다 초고추장과 간장으로 급하게 써 보내기도 하고, 달리는 열차 안에서 마감을 시키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나를 조용히 긴장 시킨 최고의 일상이 되었다. 2018년 5월 첫 글을 쓰고 2020년 12월을 끝으로 매주 한편씩 썼던 글이 125편이 되었다. 마흔일곱의 봄이 마흔아홉 겨울에 이르렀으니 사십대 후반은 오롯이 글씨에세이와 보낸 청춘이 아닐 수 없다. 뒤를 돌아보니 온통 삶은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어릴 적부터 조금 유별난 감정 때문인지 글을 몇 자 쓰면 수상으로 곧잘 연결되기가 십상이었지만, 서예를 한평생 업으로 살아오다 보니 글쓰기는 사치가 되어 버렸다. 그런 나에게 공간이 주어졌고, 덕분에 사치스러움을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에세이 글이 나의 글씨콘서트 무대에서 울림이 되었음을 기억한다. 그리고 에세이로 인해 귀한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다.  

많은 소통을 했다. 에세이를 읽은 사람들이 문자를 보내오며 생각을 나누기도 했고, 거침없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표현하기 어려운 말과 생각을 어떻게 그리 아무렇지 않게 풀어내느냐고 했을 때 나는 최강의 자존감을 자랑했다. 그렇지 않으려거든 혼자 일기장에 쓰지 뭐하려 귀한 신문종이에 쓰겠냐고 반문했다. 때론 괴물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매주 글을 쓴다는 게 글을 써 본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고충이라 했다. 하지만 그게 어려운 일인가, 그저 숨 쉬고 있는 모든 순간이 글 소재가 되었다. 사람들이 내 에세이의 소재가 되었고 다음을 기다리는 재미가 되었다. 오히려 에세이를 통해 감정을 정리하며 단순화 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래, 여기까지다. 지금이 떠날 때이다. 나의 40대 마지막을 뉴스사천과 함께 아듀를 고한다. 나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필요했으며, 이 공간을 벗어나지만 여전히 뉴스사천을 사랑한다. 더욱 성장한 연후에 뉴스사천으로 하여금 내 삶의 마중물이 되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뭐라고? 뉴스사천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라고? 

“여러분, 뉴스사천의 구독과 후원은 사랑입니다.”  <연재 끝>

※ <순원의 글씨에세이>가 이번 연재로 끝납니다. 귀한 글을 보내주신 윤영미 작가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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