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촌동 이용호
향촌동 이용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근 일 년이 되어가지만 그 기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4월 1차 확산, 7~8월 2차 확산을 거치면서 진정세를 보이던 코로나가 다시 3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자 불안감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대응도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안전’과 ‘일상’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현실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무엇보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지금으로선 해답이 될 수밖에 없다. 마스크 쓰기가 최고의 명약인 이유다.

그러나 다시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다. 참고 견딘 일상의 지루함과 욕구들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송년과 신년이라는 시험대가 또 한 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답답한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고 힐링 하기 위해 잠시나마 이완을 해보는 건 어떨까.

가급적 홀로, 혹은 2~3인 이하의 가족, 지인 단위로 자연 속에서 숨결을 고르길 권하고 싶다. 사실 나만 해도 일주일 집에 박혀있으니 머리가 아프고 몸이 근질근질한 게, 없던 병도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이나 대중탕 이용 등은 할 수 없지만, 자연 속에서 풍경과 바람을 벗 삼아 움직이다 보니 한결 가벼워진 컨디션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걷기를 권하고 싶다. 사람은 원래 걸어야 한다. 다만 걷기에 대한 과학적‧공학적 지식은 일단 접어두자. 평소 걷던 동네 골목도 좋고, 작은 공원이나 바닷가 산책도 좋다. 미음완보(微吟緩步,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걷기)의 자세로 하늘과 골목과 벽과 바닥과 숲으로 골고루 시선을 나눠주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일은 의외로 매력적이다.

나는 코로나19 이후 수개월 동안 걷는 재미에 빠져있다. 물 한 병 들고 때론 도시락을 싸서 익숙한 길 또는 초행길을 찾아 슬기로운 코로나19 극복 행진에 나서고 있다. 비록 마스크를 쓰긴 하지만, 아내와 도란도란 사는 얘기를 나누며 자연 속에서 시인이 된 듯 새로운 풍경을 만난다.

우리 지역도 걷기에 아름다운 길이 많다. 용두공원을 중심으로 와룡산 임도를 따라 멋진 둘레길이 열려 있다. 마치 유럽의 고산지대를 걷는 착각에 빠진다. 각산에서 바라보는 케이블카와 은빛 수로는 한 폭의 명화처럼 감동을 선사한다. 다솔사와 보안암 석굴을 잇는 물고뱅이 둘레길은 고즈넉한 명상의 보고다. 맨발로 걸어도 좋은 사천 장령산(뜸벌산)길, 고향의 품 같은 곤양천 둑방길, 역사와 동행하는 능화~학촌마을의 현종부자상봉길, 생태의 보고인 사천강변 둑방길, 수양공원을 비롯해 노산과 망산, 진널 전망대, 초전 등 작은 공원도 걷기 좋다. 살아있는 생태를 느낄 수 있는 사남 온정 저수지길, 전설이 녹아있는 서포 비토섬의 토끼와 거북이길도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천 해안을 아우르는 이순신바닷길과 그 중심에 위치한 무지개해안도로야말로 백미다. 무지갯빛으로 칠해진 해안도로는 노을을 보며 걷기에 더할 나위 없는 길이다. 

걸어보자. 건강도, 웃음도, 활력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코로나19도 달아날 것이다. 다만 걸을 때는 가급적 오가는 사람들과 접촉을 자제하고, 눈인사로 대신하자. 적당한 거리두기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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