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이웃사촌'

'이웃사촌' 포스터.
'이웃사촌' 포스터.

3년 만에,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웃사촌>의 주인공만큼은 아니겠지만 감독이나 논란이 아닌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이다. 더욱이 이 힘든 상황에 개봉한 만큼 여러 이슈들을 떠나 영화 자체만큼은 완성도가 높았으면 좋았을 거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모든 면에서 함량 미달이며, 심지어 유효기간이 지난 영화적 클리셰로 가득하다. 무려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전작 <7번 방의 선물>이후 또 다른 히트를 예감하며 장기인 휴먼 코미디를 내세웠지만 인간적이지도 웃기지도 않는다. 인간미 넘치는 주인공들이 나와서 인생사 코미디임을 온몸으로 웅변하지만 어색하다. 메시지는 코미디의 껍질 속에 숨어버리고 주제는 과도한 휴머니즘 속에서 갈팡질팡한다. 이도 저도 아니다. 

‘김대중 가택연금’이라는 꽤나 무거운 역사적 사건에서 기둥 줄거리를 가져왔는데, 소재 자체의 매력은 살리고 싶지만 민감한 부분은 피하고 싶다는 감정이 영화의 분위기를 흔든다. 집중하기 어려울 수밖에. 민감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는 참 많다. 전적으로 옳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중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인물이 가진 민감성을 피해 가지 않는다. <이웃사촌>은 정작 ‘왜’라는 질문은 피해 가는데 후반부에 내놓은 답변은 거창하다. 공감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보여주는 대신 단순히 80년대 감성만 내세우거나 억지 코미디가 남발한다.

적대적인 두 사람(혹은 집단)이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감동스토리의 <이웃사촌>은 교과서적인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하는 영화다. 역사적 인물이 주는 울림과 감동을 메시지로 치환하려 했으나 신파와 철 지난 코미디가 발목을 잡는다. 초반의 코믹 무드와 후반의 감동 모드가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 웃음을 주고자 하지만 구태의연한 유머 코드에 얼떨떨하고 감동은 빤한 신파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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