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心(초심). 20×15. 2020.
初心(초심). 20×15. 2020.

“그 사람 많이 변했어!” 서운함이 잔뜩 묻어있는 그의 말에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그 사람’의 변함을 박수쳐 주고 싶어졌다. 조심스러워 입을 떼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아주 잠깐만 망설였을 뿐이다.

초심(初心)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도 숨이 막혔고, 때로는 한결같음도 숨이 막혔다. 그렇지만 내 거실 벽에는 유일하게 초심(初心)이라는 글씨가 걸려 있다. 남에게 절대로 초심을 바라지 않을 것이며, 남의 초심이 흔들렸다고 절대로 실망하지 않겠다며 내 마음을 경계하기 위해서 걸어 두었다.

어느 예술가의 아마추어였던 시절은 누군가가 초대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금전이 오가지 않는 작은 무대지만 술 한 잔만으로도 행복했다.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인연과 인연으로 더 큰 무대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그는 꽤나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이곳저곳에 불려 다니기도 하고 어른 노릇도 곧잘 했다. 한결같은 ‘이 사람’이 변해 버린 ‘그 사람’에게 첫 마음으로 예전처럼 한바탕 같이 놀아 보자고 했다. 그는 바빴고 그 자리에 올 수 없었다. 괘씸한 생각이 들고 서운한가 보다. 그래서 “변했어!”라고 했다. 

“사람은 변해야지요. 변하지 않는 사람이 더 징그러워요. 변하지 않는다는 건 성장하지 않는 거예요. 그를 진심으로 아꼈다면 그 사람이 성장해서 그 모양대로 살도록 놓아 줘야지요. 초심이 변했다고 서운해 하지 마세요. 한때는 그를 격려도 했잖아요. 그의 세상에서 하루를 쪼개가며 살고 있을 거예요. 많은 스케줄에 숨이 턱턱 막힐 것이고 시간이 조금 남으면 깊은 잠에 빠질 거예요. 이젠 그의 곁에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을 돌아보기에도 하루해가 모자랄걸요.”

우리는 사람이 변하는 것에 상처를 받는다. 다른 건 변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사람 마음 변하는 것은 힘들어한다. 초심이 흔들려야 나도 바뀌고 세상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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