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

살아가면서 다양한 이의 죽음을 마주하게 되지만, 현대사회에서 죽음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 죽는다 해도 시체를 만질 일도, 시체를 묻을 일도 없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죽음과 우리를 격리해 주기 때문이다. 의사가 사망을 선고하면 시체는 영안실로 옮겨지고, 장례식장에 안치된 뒤 장례 절차에 따라 처리된다. 그렇다면 그 뒤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이 책은 특수청소 서비스회사 ‘하드웍스’를 설립하여 일하고 있는 저자의 경험을 쓴 에세이이다. 다양한 고독사 현장부터, 쓰레기 집 청소까지 일반인들이 처리하기 힘든 다양한 특수청소를 맡아 일하고 있는 그는, 현장에서 있었던 독특한 경험과 그의 감상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누군가의 죽음 후에 그 죽은 자리를 수습하는 일을, 저자는 담담한 어조로 표현한다. 집안 곳곳 가득한 쓰레기 더미 속에서 죽어간 사람, 자살 직전에 꼼꼼하게 마친 분리수거의 흔적, 사람의 시체 자국에 생겨난 벌레와 핏자국, 자살 전 전화로 특수청소 견적을 물어본 사람…. 평범한 사람이 겪지 못할 다양한 경험을 겪은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우리가 평소 가지고 있던 ‘고독사’에 대한 고정관념이 점점 깨지면서 이 사회의 황량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작가는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글로 기록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덜어내고 정리하는 마음  속 청소를 할 수 있었다며 ‘누군가의 죽음을 돌아보고 의미를 되묻는 이 기록이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기전이 되리라 믿는다’고 고백한다. 우리에게도 이 책이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주변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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