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의태 사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만나다

4월 28일 진행된 ‘사천 집콕 콘서트’에서 무관중 공연 중인 한국전통예악총연합회 사천지부의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사천문화재단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콘텐츠 강화에 고심하고 있다.
4월 28일 진행된 ‘사천 집콕 콘서트’에서 무관중 공연 중인 한국전통예악총연합회 사천지부의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사천문화재단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콘텐츠 강화에 고심하고 있다.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사천의 축제와 행사들이 대거 취소됐다. 행사 취소뿐이랴. 전업예술인들은 일자리를 잃고 생계 위기에 직면했고, 미술관 등 다중이용시설이 휴관하며 작가들은 피땀 흘려 창작한 창작물들을 선보일 기회를 잃었다. 거리두기 등으로 현장 공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누군가는 코로나19가 문화예술계의 급소를 건드렸다고 한다. 위기라는 말도 빈번하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의 시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24일 오전 사천문화재단 강의태 대표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강의태 사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사천 대표 축제인 와룡문화제를 ‘현종대왕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의태 사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사천 대표 축제인 와룡문화제를 ‘현종대왕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단 안정화에 기여했다”

강의태 대표이사는 2016년 12월부터 4년여 간 사천문화재단을 이끌어왔다. 2019년 말 연임해 임기는 2022년까지다. 

2011년 12월 설립된 사천문화재단은 재단 내부 갈등, 직원들의 잦은 퇴사, 비효율적 조직운영 논란, 직원 징계를 둘러싼 법적 공방 등으로 잡음이 많았다. 

“문화재단이 소용돌이치고 있을 때는 제가 없었습니다. 처음 대표이사로 들어왔을 때는 문화재단이 거의 해체 수준에 와 있었죠”

그는 기획·예산·감사·행정 등 공무원으로 일하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전 분야에서 문화재단의 틀을 잡고 조직을 안정화했다고 자평했다. 

“사천문화재단의 경영목표는 △전문성 △예술성 △대중성 △경제성 △공익·공정성 △사회공헌성이에요. 직원들이 진짜 고생 많이 했죠. 일도 많이 시키고, 하나하나 다 가르치려고 하니까. (대표이사가 된 후)초창기에는 사람들이 왜 맨날 문화재단은 불이 안 꺼지냐고 물어봤었죠.(하하)” 

강의태 대표이사와 사천문화재단 직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강의태 대표이사와 사천문화재단 직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사천대표축제의 변신?

와룡문화제, 토요상설무대 프러포즈, 락 페스티벌, 인문학살롱, 찾아가는 버스킹, 야외 무료 영화 상영 등 등. 올해 사천문화재단에서 취소된 행사들이다. 규모가 작은 행사들까지 더하면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행사 취소로 사천문화재단이 ‘노는 거 아냐?’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코로나19로 모든 행사들이 다 취소됐는데, 문화재단은 이 시기에 뭘 해야 될까? 하는 고민이 있었죠”

우아한 백조가 수면 아래에서는 누구보다 바쁘게 다리를 젓고 있는 것처럼, 사천문화재단도 물 밑(?)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먼저, 사천문화재단은 사천의 대표축제인 ‘와룡문화제’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문화기획팀을 축제TF팀으로 꾸렸다. 여러 절차가 남아있지만 문화예술단체 간담회, 시민 의견조사 등을 거쳐 축제의 이름을 ‘현종대왕제’로 바꾸고, 새로운 콘텐츠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5회를 앞둔 와룡문화제를 시민화합형 축제에서 문화관광형 축제, 참여형 성격이 강한 사천시만의 독창적인 축제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저는 현종을 ‘고려의 세종대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고려 현종은 사천현을 사주(泗州)로 승격해, 사천이 ‘풍패지향(豊沛之鄕, 왕조의 본향)’이란 별칭을 갖게 한 왕이지 않습니까. 거기에 사천의 정체성이 명확히 담겨있다고 봐요. ‘백 투 더 고려(Back to the korea)’라는 키워드 재밌지 않나요? 팔관회·연등회 재연, 고려복식 세미나, 왕의 행차, 과거시험, 뮤지컬·공연 등도 열고, 상금을 걸고 퍼레이드 전국대회도 개최할 생각입니다.”

사천문화재단이 지역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열었던 '사천집콕콘서트' 모습. 사천집콕콘서트는 관중 없이 온라인으로 송출됐다.
사천문화재단이 지역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열었던 '사천집콕콘서트' 모습. 사천집콕콘서트는 관중 없이 온라인으로 송출됐다.

강화하는 ‘온라인 콘텐츠·직원 내실’

사천문화재단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콘텐츠 강화에도 고심하고 있다. 앞서 문화재단은 휴업 상태에 놓인 문화예술인들을 돕고, 시민들의 문화적 갈등을 충족시키기 위해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추진해 왔다. ‘사천 집콕 콘서트’, ‘안방 트롯 콘서트’ 등 사천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특색 있는 공연을 선보였다. 또한 매월 사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하던 현장 공연을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하거나, 좌석 거리두기를 하며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온라인 플랫폼이 주가 되는 트렌드를 고려해, 사천문화재단 홈페이지,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코로나19 기간 동안 직원들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내부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교육을 보내고, 문화재단 직원이라면 ‘문화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게끔 각 분야를 공유하게끔 한단다.

“문화재단 직원들이 각 분야별로 잘하는 게 있어요. 어떤 친구는 클래식, 누구는 미술... 서로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요. ‘직원 1인 1과제’라고 자신의 전문분야를 연구해 발표하는 활동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예술인과 단체를 직접적으로 돕기 위한 ‘2020년 문화예술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문화재단은 올해 11월까지 5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예술인들을 지원한다. 이 사업으로 개인은 최대 300만 원, 단체는 최대 500만 원을 지원받는다. 현재 16개 단체가 이 사업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내년에는 예산을 1억 원 정도로 더욱 확충해서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을 늘리고 싶어요. 코로나19로 인한 ‘급한 불 끄기’가 아니고, 세세한 기준을 잡아서 차등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끔 하는 겁니다”

이 밖에도 사천문화재단에서 자체적으로 방역기계를 구입해 방역봉사단을 만들어, 문화재단 인근 마을을 자체적으로 방역하기도 했단다. 

“누군가에겐 음악(音樂)이지만, 누구에겐 음악(音惡)일 수도 있잖아요. 공연장 근처 주민들에 대한 보답 차원이죠.” 

또한 강 이사는 넌지시 앞으로 사천문화재단의 새로운 계획도 드러냈다.

“최근에 트롯 열풍이 불었는데 사천에서도 박서진, 성빈, 김성범 등 다양한 신예들이 활약하더라고요? 또 전 세계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위상이 대단하잖아요. 사천에서도 시민들과 청소년을 다양한 장르에서 육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해보면 어떨까 해요.”

끝으로 내년에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물었다. 강 이사는 초지일관 시원시원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코로나19는 백신이 발견되면 치료가 될 것이라고 보고, 내년 사천의 축제와 행사는 예정대로 열릴 수 있게 준비해야죠. 지켜보이소~(하하)”.

사천문화재단 전경.
사천문화재단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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