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산과학원, 양식생물 피해조사 결과 발표
‘굴’도 46%만 생존…“장기간 저염분 노출 치명”

 지난 8월 남강댐 홍수 방류로 사천만 일대 ‘바지락’이 전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지락은 10psu 정도의 저염분 상태에 20일 노출되면 전량 폐사한다. 이미지는 염분 농도에 따른 바지락 생존율.(이미지=국립수산과학원)
 지난 8월 남강댐 홍수 방류로 사천만 일대 ‘바지락’이 전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지락은 10psu 정도의 저염분 상태에 20일 노출되면 전량 폐사한다. 이미지는 염분 농도에 따른 바지락 생존율.(이미지=국립수산과학원)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남강댐 홍수 방류로 사천만 일원 ‘바지락’이 전멸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는 사천시와 남해군이 의뢰한 ‘사천만·강진만 해역 양식생물 피해조사’ 결과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연구소 측은 남강댐 사천만 방류와 관련해 피해 양식 어업인 의견과 지자체 1차 현장조사(8월 24일~31일)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9월 1일 합동피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그동안 양식장 일대 수온, 염분, 용존산소, 질병유무 등을 측정하는 해양환경조사도 병행해 왔다.

연구소에 따르면, 6월 초까지 사천만 서포해역 염분은 평균 29.0±0.6psu(practical salinity unit, 실용염분단위. 천분율인 퍼밀(‰)과 같은 개념)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일반적으로 바닷물 평균 염도는 30~35psu사이다. 하지만 사천만의 경우 1차로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염분 14.1±2.7 psu로 급격히 감소했다. 2차로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평균 염분 관측 값이 8.3±1.4psu로 10psu 이하였다. 이는 50여 일 넘게 지속된 긴 장마의 영향을 일부 받은 것으로 추측됐다. 

바지락 폐사에 결정적으로 충격을 준 것은 3차로 시기로, 8월 초부터 중순까지 평균 염분 관측값이 4.8±3.9psu로 더욱 낮아진 것이 확인됐다. 가장 낮은 염분 측정값은 0.5psu로 사실상 민물에 가까웠다. 이 때는 지난 8월 8일과 9일 지리산권 폭우 등으로 남강댐에서 수억 톤의 물을 사천만으로 방류했을 때다. 당시 사천만 바다 저염분 상태는 열흘 가까이 지속됐다.  

서포면 갯벌에 서식하던 바지락 등 패류가 남강댐 방류로 집단 폐사했다.
서포면 갯벌에 서식하던 바지락 등 패류가 남강댐 사천만 방류로 인한 바다 담수화로 집단 폐사했다.

시료를 채취했던 서포면 바지락의 경우 생존율 0%로 크기에 관계없이 전량 폐사했다. 굴의 생존율은 46%였으나, 수하연(굴과 같은 양식생물을 부착시키기 위해 바다 아래로 내려 놓은 줄, 垂下連) 전체에서 폐사가 발생했고, 폐사개체와 생존개체간 크기 차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연구소 측은 조사 대상 굴·바지락 시료의 질병(기생충, 바이러스) 검사 결과 기생충성 질병 병원체, 바이러스 병원체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시료에 대한 육안적 증상과 해부학적 조사 결과 특이한 증상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저염분 피해 외에는 다른 폐사 원인이 발견되지 않은 것. 

어민들은 내년이라도 양식 바지락과 굴을 수확할 수 있도록 종패 구입 가격이라도 지원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남강댐지사에서는 피해보상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천만과 맞닿아있는 남해 강진만에서도 바지락 폐사가 잇따랐다. 강진만 해역에서 고현면 이어리 어장을 제외하고는 바지락이 전량 폐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수산과학원 ‘지속가능한 남해안 패류양식 안정화 연구’ 2019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굴은 6.8psu 이하 노출 8일째 전량 폐사, 바지락의 경우 10psu에서 20일간 노출 시 전량 폐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온 시기의 수온, 염분 및 용존산소에 따른 굴의 생존율. (출처=국립수산과학원)
 고수온 시기의 수온, 염분 및 용존산소에 따른 굴의 생존율. (출처=국립수산과학원)

 

사천시 서포면 해역 수온과 염분 농도 변화 추이.(사진=국립수산과학원)
사천시 서포면 해역 수온과 염분 농도 변화 추이.(사진=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측은 “수질 환경조사와 생물피해조사, 질병분석 결과를 종합했을 때 사천만과 강진만 해역 굴·바지락 대량폐사 직접적인 원인은 지속적인 저염분 영향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강윤근 비토어촌계장은 “어민들의 소득원인 ‘바지락’뿐만 아니라 갯벌 속 고동 등 많은 생물이 폐사했다. 남강댐지사에 피해보상을 호소하고 있으나 보상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어민들은 당장 생계가 걱정이다. 정부에서는 어민들의 소리를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천시는 관련 보고서를 남강댐 방류 적정성 조사위원회 등에 제출하고, 정부에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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