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엄격 관리’, 곤명 ‘맑은 원수’가 자랑
인천 동촌정수장과 정수처리 방식 달라
2004년부터 수자원공사가 수돗물 공급 위탁
수돗물 공급률 96.6%에 유수율 80.5%로 올라

한국수자원공사 경남서부권지사의 오동진 시설관리차장이 사천광역정수장에서 수돗물의 정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경남서부권지사의 오동진 시설관리차장이 사천광역정수장에서 수돗물의 정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최근 인천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는 일이 잇따르면서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수돗물을 비교적 안전하게 여기고 사용해온 사천시민들도 신경이 쓰이는 건 당연하다. 이런 불안감을 읽었는지 사천시가 관내 정수장을 서둘러 점검한 뒤 “정수장 시설관리 상태는 양호했고,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시민들로선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가 늘 먹고 마시는 수돗물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여론도 인다. 이에 뉴스사천이 직접 사천시 관내 정수장을 둘러보면서 수돗물 공급 정책을 두루 살폈다. 현장 취재는 7월 31일에 진행했다.

곤명정수장 전경.
곤명정수장 전경.

사천광역정수장과 곤명정수장

사천시의 수돗물 공급은 한국수자원공사와 사천통합수도센터에서 맡고 있다. 지난 2004년까지는 사천시 상수도사업소가 직접 수돗물 공급을 책임졌지만, 물 관리 전문기관인 수자원공사에 사천시가 대부분의 일을 맡기면서다. 대신 사천시는 수도요금 부과와 징수, 각종 행정 처분, 수도시설 신설 또는 공급 구역 확대에 따른 공사를 맡고 있다. 2020년 현재 사천시의 수돗물 공급률은 96.6%이다.

정수장은 사천광역정수장과 곤명정수장 2곳이 있다. 진양호 물을 원수로 이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취수장 위치, 시설 규모에 있어선 차이를 보인다.

사천광역정수장은 이름에서 짐작하듯 사천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도 수돗물을 공급한다. 진주시, 거제시, 통영시, 고성군, 남해군, 하동군에 사천시를 포함하면 7개 지자체다. 수돗물 하루 생산량은 32만5000톤(=㎥)이다. 이 가운데 사천시가 쓰는 것은 6만3500톤이다. 나머지는 진주(3만8500톤), 거제(8만3000톤), 통영(6만4900톤), 고성(3만5100톤), 남해(6500톤), 하동(3만3500톤) 등으로 배분계획이 잡혀 있다.

사천(광역)정수장이 축동면 배춘리, 수자원공사 경남서부권지사에 있다면 곤명정수장은 덕천강과 진양호가 만나는 곤명면 정곡리에 있다. 하루에 수돗물을 생산하는 능력은 2000톤이다. 곤명면과 곤양면 일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한다. 곤명정수장에서 생산되는 수돗물의 가장 큰 특징은 원수의 깨끗함이다. 사천정수장의 수돗물 원수가 남강댐 내동 취수장에서 공급되는 데 견줘, 곤명정수장의 원수는 진양호 최상류에 해당하는 덕천강 끝자락에서 취수한다.

사천시와 사천통합수도센터는 ‘수돗물 유충’ 논란이 터지자 혹시 모를 모기나 날벌레를 막기 위해 여과지 전체를 촘촘한 그물망으로 덮었다. 
사천시와 사천통합수도센터는 ‘수돗물 유충’ 논란이 터지자 혹시 모를 모기나 날벌레를 막기 위해 여과지 전체를 촘촘한 그물망으로 덮었다. 

‘입상활성탄 공법’, 사천엔 없다

그렇다 해도 사천시의 수돗물이 유충으로부터 정말 안전하게 관리되는 게 맞을까? 이런 물음은 얼마든지 품을 수 있다. 왜냐면 이번 ‘수돗물 유충’ 논란 이후 경남도가 도내 51곳 정수장을 모두 조사한 결과 4곳에서 수중생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도는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의령 화정, 합천 적중 정수장의 여과지에서 각각 3~7마리의 수중생물을 발견하고 역세척 조치를 취했노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사례로 수돗물에 유충이 들어갈 가능성을 일반화하긴 힘들어 보인다. 정수처리 방식이 사뭇 다른 탓이다. 또, 경남에서 발견된 수중생물도 여과지에서 발견됐을 뿐 수돗물 공급 최종 단계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돗물 유충’ 사태를 처음 부른 인천 공촌정수장은 이른바 고도정수처리 기법을 도입해 있다. 일반 정수처리 후 입상활성탄(GAC) 공정을 한 번 더 거치는 방식인데, 이는 일반정수처리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냄새나 물질들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입상활성탄 공정 과정에 날벌레의 유충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경남의 긴급 점검에서 수중생물이 확인된 삼계·범어·화정정수장도 인천 공촌정수장과 비슷한 입상활성탄 공법을 도입한 상태였다.

수돗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적힌 수자원공사 안내판.
수돗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적힌 수자원공사 안내판.

급속 여과와 완속 여과

반면 사천시의 사천·곤명정수장은 일반정수처리 방식이다. 그 과정을 간단히 살피면, 취수장에서 출발한 물이 정수장에 도착하면 맨 먼저 염소 처리와 함께 약품을 넣어 부유물질부터 잡는다. 부유물질이 작은 덩어리로 변해 가라앉고 나면 여과지를 통과한다.

이때 사천정수장과 곤명정수장의 여과 방식이 조금 다르다. 사천정수장은 모래 30㎝와 안트라사이트(=여과재의 일종) 50㎝ 층을 통과시키는 반면, 곤명정수장은 모래 70㎝ 층을 통과시킨다. 전자는 급속 여과(120~150m/1일), 후자는 완속 여과(3~5m/1일) 방식이다. 곤명정수장의 완속 여과 방식에는 입자가 훨씬 가늘고 고운 모래를 쓴다. 여과지를 통과한 물은 다시 염소 처리(=소독) 과정을 거친 뒤 가정으로 공급된다.

사천시와 사천통합수도센터는 ‘수돗물 유충’ 논란이 터지자 여과지 전체를 촘촘한 그물망으로 덮었다. 혹시나 모를 모기나 날벌레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다. 또 2024년에 고도정수처리 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이번 유충 사태를 설계에 잘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야외에 노출 상태로 있는 곤명정수장의 여과지에 대해서도 “보완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정수장 취재에는 사천시 상하수도사업소 이윤식 운영지원팀장, 수자원공사 경남서부권지사 오동진 시설관리차장, 이창락 곤명정수장 소장이 동행했다.

정수 시스템을 설명하는 이창락 곤명정수장 소장.
정수 시스템을 설명하는 이창락 곤명정수장 소장.

가정용 수돗물은 1톤당 670원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로 돌아본 사천시의 정수장 관리 실태는 비교적 양호해 보였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관심이 더 이어진다면 지금보다 나은 수돗물을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먹게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런 점에서 수돗물을 둘러싼 몇 가지 지식을 더 쌓아두자.

먼저 수돗물의 요금. 가정용은 1톤당 670원이다. 단, 사용량이 20톤을 벗어나면 누진제가 적용돼 요금은 더 오른다. 일반용은 1340원/톤, 대중탕용은 1230원/톤, 산업용은 900원/톤이다. 누진제는 각각 100톤, 500톤, 300톤을 넘어서면 적용된다. 그런데 요금 현실화율은 80.36%이란다. 수돗물의 공공성과 대중성, 보편성을 고려해 사천시가 그만큼 깎아주는 셈이다. 지금의 수도요금은 2016년에 오른 뒤 그대로다.

끝으로 유수율과 누수율이란 개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수율은 수돗물을 생산해 공급한 양 중에서 수도요금으로 받아들인 것의 비율을 말한다. 아무리 맑고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고 해도 배관이 낡아 중간에 새는 게 많으면 수익성이 떨어질뿐더러 수량 확보에 헛돈을 쓸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지난 15년 사이에 사천시의 유수율이 꽤 올랐다. 2005년에 39.6%이던 것이 2019년 말 기준으로 80.5%까지 오른 것이다.

그럼 누수율이란 뭔가. 쉽게 생각하면 100이란 수치에서 유수율을 뺀 게 누수율 아닌가 싶지만 꼭 그렇진 않다. 소방용수나 그 외 공공용수는 유효 수량으로는 잡히지만 요금이 부과되지 않으므로 누수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걷어내면 누수의 비율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사천시의 지난해 말 기준 누수율은 15.0%. 이는 경남 평균 19.8%보다는 낮고 전국 평균 10.8%보다는 높은 수치다. 참고로 인구가 밀집한 도시의 누수율이 농어촌보다 훨씬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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