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반도'

'반도' 포스터.
'반도' 포스터.

K팝에 이어 K무비가 비주류 변방문화를 주류계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기생충>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전에 이미 천만 영화 <부산행>의 K좀비는 세계 시네필들 사이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다. 그리고 같은 세계관을 가진 영화 <반도>가 또다시 흥행몰이를 할 태세다.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반도>가 상영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코로나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흥행 레이스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해외 선판매 실적도 뛰어나서 손익분기점은 쉽게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떠나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극장을 쉽게 찾지 못했던 그간의 상황에 변화가 깃들 모양이다.

<반도>는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아포칼립스물로, 전작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나 속편은 아니다. 좀비 창궐 후 폐허가 된 한반도는 누군가에게는 멸망이며 세상의 종말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현실이며 살아가야 할 세상이다. 폐허가 된 한국으로 돌아와 미션을 수행하는 전직 군인 정석과 민정 가족의 탈출기를 그린 <반도>는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다만 액션 블록버스터의 모양새를 취하지만 <부산행>과 마찬가지로 결국은 신파로, 과한 신파로 흐른다는 게 아쉽다. 

그래도 타격감 좋은 액션은 시원시원하다. 그중 오목교부터 인천항까지 쾌속 질주하는 카체이싱 시퀀스는 단연 압권이다. 강한 남성성을 내세우는 대신 아이가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설정은 신선하면서 자칫 빤해지기 쉬운 캐릭터 전형성을 극복하는데 꽤 효과적이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좀비보다 더 좀비 같은 인간의 무리인 631부대와, 4년 전보다 더 강해진 좀비떼로부터 탈출하는 과정을 담은 스토리는 무척 단순해서 액션과 대립하는 캐릭터들의 갈등을 돋보이게 한다. 전체적으로 노련하며 영리한 연출이다.

연상호 감독은 뛰어난 상상력에 현실감을 보탤 줄 아는 재능을 가졌다. (몇 번의 실패는 있을지라도) 마이너한 상상도 그의 손을 거치면 충분히 대중적이며 흥미 있는 소재로 변한다. 캐릭터와 액션의 결은 다르지만 전작들을 아울러 감독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장르적 쾌감과 결합하는 지점은 여전히 흥미롭다. 개인적 욕심 같아서는 3부작으로 이어져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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