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륜휘 '바다가 분다' 공방 대표

“아이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강아지가 좋아요.”

키 큰 할머니가 몸을 오그려 유모차를 끌었다. 유모차 손잡이는 한참이나 아래에 있어 도리어 불안해 보였다. 리어카에 폐지를 모으는 할아버지가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옛 간판을 떼어내고 난 쇳덩이를 가져갈 모양이었다. 도와드리려고 긴 쇳덩이를 이리저리 옮겨 보는 척 하지만 할아버지는 혼자서 뚝딱 리어카에 실었다. 할아버지가 끄는 리어카 손잡이가 지지대가 되었다. 예쁜 여자아이는 자전거 안장 위에 몸을 숙여 두 다리를 쭈욱 뒤로 뻗었다. 누워서 타는 자전거가 되었다. 삼천포 중앙로에 위치한 나의 가게 앞 풍경이다. 

가게는 문선초등학교를 지나 삼천포 여자고등학교 뒤로 난 큰 길에 자리 잡았다. 더워서 문이라도 열라 치면 차들이 오가는 소리에 금세 시끄럽다. 유동 인구를 세어볼 틈도 없이 작업실을 구했다. 빠듯한 사정에 상상력을 펼칠 공간만이라도 생겼으면 했기에 저렴한 월세집을 귀하게 얻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이며, 시장가는 할머니, 마실 다니는 할아버지, 강아지가 오가는 길목에 있다. 멍하니 창밖을 보면 조개껍질이 바람에 흔들리고 낡은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에 버려진 해양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한 소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깨스락, 깨스락. 해안가를 걷다보면 소리가 들린다. 조개껍질이 연약하게 부서지는 소리다. 조개껍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줄무늬가 많이 보인다. ‘아, 이게 바다의 역사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연약한 소리를 내뱉지만 강한 것이 조개껍질이라는 상상을 펼친다. 작디작고 아름다운 조개는 작품이었다. 이제 해안가에서 왕소라를 발견하면 달려가서 줍기 바쁘다. 왕소라가 캔들 용기가 되고 작은 심지를 꽂으면 불꽃이 타오를 테다. 작은 조개껍질은 헤어핀이 되고, 바지락 껍데기는 가리비 발을 장식한다. 가게 이름은 ‘바다가 분다’. 

  “바다가 분다가 뭐꼬?”

가게 앞을 자주 산책하시는 할아버지께서 물었다.

  “바다가 바람처럼 불면 어떨까요?” 
  “바다가 춤을 추겠네.”
  “맞아요.~”

구륜휘 '바다가 분다' 공방 대표
구륜휘 '바다가 분다' 공방 대표

알맹이를 인간에게 바치고 버려진 조개껍질도 긴 세월 갯가에서 버텨낸다. 누군가 밟고 지나가면 “깨스락” 소리도 질러본다. 자연에 살아가는 것은 그저 티비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산 속만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눈여겨보니, 자세히 보니 아름답지 아니한 것이 없었다. 자연이 아닌 것이 없었다. 적응되지 않던 스테인리스 샷시도 이제 내 인생의 1퍼센트를 차지해 간다. 바다마을에서나 가능한 나의 자연 적응기다. 

“안녕하세요? 구륜휘입니다.”
바다가 곁에 있는 삼천포로 전입 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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