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혜리 악어 발자국’에 다시 주목받는 ‘화석산지 사천’
연구팀 “자연사적 가치 뛰어나…관광·교육자원 활용을”
송도근 시장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천연기념물 지정 등 화석산지 운명은 문화재청이 결정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에서 백악기에 두 발로 걸었던 원시악어의 존재가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왼쪽)화석발굴조사를 맡은 김경수 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이 유적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가운데)원시악어의 왼쪽 발자국으로 사람의 발자국과 생김새가 다르다. (오른쪽)원시악어가 두 발로 걸은 보행렬.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에서 백악기에 두 발로 걸었던 원시악어의 존재가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왼쪽)화석발굴조사를 맡은 김경수 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이 유적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가운데)원시악어의 왼쪽 발자국으로 사람의 발자국과 생김새가 다르다. (오른쪽)원시악어가 두 발로 걸은 보행렬.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의 택지조성공사 현장에서 한 화석발굴조사팀이 희귀한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다. 발자국의 주인공은 ‘원시악어’로서 ‘두 발로 걷는’ 악어 발자국에 관한 세계 최초의 보고다. 이를 계기로 아두섬 등에 흩어져 있는 사천 관내 중생대 백악기 화석산지의 관리를 체계화하고 더 적극적인 활용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연구를 맡은 곳은 진주교육대학교(총장 유길한)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6월부터 서포면 자혜리 산 33번지 일원에서 화석에 관한 발굴조사와 연구활동을 펼쳤다. 이어 그 결과를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의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6월 12일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한국의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된 대형 이족 보행 악어류에 관한 보행렬 증거(Trackway evidence for large bipedal crocodylomorphs from the Cretaceous of Korea)’이다.

이 논문의 핵심은 ‘세계 최초의 백악기 원시악어 발자국에 대한 연구’로, 백악기에 들어 멸종한 줄 알았던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가 우리나라 남해안 호숫가에선 살아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 그동안 사천 아두섬과 남해 가인리에서 발견된 ‘두 발 걸음’의 발자국도 익룡의 것이 아니라 원시악어의 것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 연구논문의 1저자이면서 한국지질유산연구소를 이끄는 김경수 소장(진주교대 과학교육과 교수)은 뉴스사천과 인터뷰에서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사천에선 이미 백악기 화석이 여럿 발견됐고 하나 같이 학술적 가치도 뛰어나다”며 “자연사적 가치를 키워 관광이나 교육자원으로 활용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의 이 같은 제안에 송도근 사천시장도 12일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집무실에서 김 소장으로부터 이번 연구결과를 간략히 소개받은 송 시장은 “사천땅에서 인류 이전에 있었던 역사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어 반갑게 생각한다. 보존과 적절한 개발로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활용되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경수 교수가 서포면 자혜리 현장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김경수 교수가 서포면 자혜리 현장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자혜리의 악어 발자국 화석산지는 앞으로 문화재청의 판단에 따라 보존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학계에선 사천 화석산지의 중심지로서 자연사박물관 건립으로 이어가길 바라는 눈치다. 또한 사천, 진주, 고성, 남해 화석산지를 아울러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한편, 김경수 소장은 2005년에 아두섬에서 공룡 화석산지를 발견하는 등 사천 곳곳에서 화석 연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아두섬에서만 77개의 공룡알 화석을 발견하는 등 아두섬이 ‘공룡의 산란지’였음을 밝혀냈다. 그 결과 아두섬은 2006년에 천연기념물 제474호로 지정됐다.

그는 올해 3월엔 사천시 의뢰로 사천에 소재한 화석산지 자료를 집대성하기도 했다. 연구용역의 이름은 ‘아두섬 내 화석 및 지질 정밀 조사’였지만 아두섬뿐만 아니라 사천에 소재한 68곳의 화석산지를 총망라했다. 여기엔 경상남도기념물 제241호인 자혜리 화석갯지렁이초 화석산지를 비롯해 신수도, 서포면 비토리와 구랑리, 곤명면 성방리, 곤양면 가화리, 축동면 반룡리 등의 화석산지가 포함됐다.

화석이 발견된 서포면 자혜리 현장.
화석이 발견된 서포면 자혜리 현장.
백악기에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의 복원도(한국지질유산연구소 제공)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