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침입자'

'침입자' 포스터.
'침입자' 포스터.

사람마다 스릴러의 매력을 결정짓는 포인트는 다 다르다고 하지만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핵심은 긴장감이다. 웬만한 클리셰와 기시감 속에서도 시종일관 긴장의 끈만 놓치지 않는다면 평작은 나오는 게 이 장르의 특징이기도 하다. 영화의 막바지까지 관객의 심장을 사정없이 뛰게 만드는 짜릿함이 이 장르가 놓치지 말아야 할 매력일 텐데, 그런 면에서 <침입자>는 함량 미달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소설 <아몬드>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손원평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침입자>는 코로나로 인해 개봉 시기가 많이 늦춰지면서 김이 좀 많이 빠진 편이다. 몇 편의 소설과 단편영화를 통해 자기만의 색깔과 이야기꾼의 자질을 이미 입증한 바 있는 감독이기에 기대만큼 첫 영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기대감 쪽에 살짝 더 무게가 실렸다. 그만큼 아쉬움도 클 수밖에 없고.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있는 서진(김무열) 앞에 25년 전 실종된 동생(송지효)이 나타난다. 의심을 거두기 어렵지만 유전자 검사까지 통과한 그녀는 가족들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의구심을 가진 이는 오로지 서진 혼자인데 이 긴장감을 표현하는 김무열과 그 의심을 받아내는 송지효의 연기는 일단 합격점이다. 비교적 다작임에도 캐릭터마다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는 김무열은 안정적이며, 예능으로 소비되는 느낌이 컸던 송지효는 2012년작 <신세계>에서 보여줬던 서늘함에 비밀스러움까지 장착하고 캐릭터를 소화한다. 

이 캐릭터들을 끌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바로 연출의 힘인데, 안타깝게도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길을 잃고 긴장의 끈마저 놓아버린다. 찰밥처럼 엉키지 못하는 플롯은 입김에 흩어지는 식은 밥 같다고나 할까, 전형적인 뒷심 부족이다. 초중반에 걸쳐 무난하게 쌓아 올린 이야기가 무색해질 정도의 반전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침입자>는 낯선 이의 침입이라는 익숙한 소재와 미스터리라는 익숙한 장르를 자기만의 화법으로 소화하지 못한 결과물이어서 아쉬움이 크다. 기회가 흔치 않다 보니 용감할 수가 없는 게 요즘 세상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특색 없는 길을 가는 것보다는 소수의 취향이더라도 단호한 결기가 넘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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