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신예희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신예희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

오랜 기간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아 온 유교랜드인 동시에 자본주의 물폭탄을 제대로 체험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물욕’은 매우 애매한 위치에 있다. 더구나 이 ‘물욕’이란 단어는 최근 몇 년간 크게 유행해 온 미니멀리즘에도 반하는 듯 보인다. 

또한 미니멀리즘 광풍의 주역 곤도 마리에가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동양의 고아한 절제미를 장착한 정리의 여신 곤도 마리에가 이제는 78달러짜리 빗자루 세트와 206달러짜리 실내 슬리퍼를 사라고 권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황당함을 선사하며 대차게 욕을 먹었다.

이때, 신예희 작가는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책을 발표하며 ‘물욕의 화신’, ‘물욕의 아이콘’을 자처해 시원하게 외쳐준다. “세상엔 수많은 지랄이 있고 그중 최고는 당연히 돈지랄이다”라고. 그리고 곤도 마리에의 ‘셀렉’을 언급하며 첨언한다. “사실 미니멀리스트란 좋다는 걸 두루두루 써본 다음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 딱 한 가지를 고를 수 있는 사람이다”

신예희 작가는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쓰고 방송과 강연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해 온 20년 차 프리랜서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은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참견이 주 업무이기도 한 그녀가 돈과 시간을 헛쓰며 실패해 본 후 추출해 낸, ‘가성비에 타협하지 않는 꼿꼿한 자세’와 ‘쓸모를 살피는 날카로운 눈’으로 보는 ‘소비’에 관한 트렌드 에세이다.
돈을 쓴다는 건 마음을 쓰는 것이며 가난한 내 기분을 돌보는 일이 될 때가 있다고 신예희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내 몸의 쾌적함과 내 마음의 충족감을 위한 건강한 소비는 돈을 써봐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좋은 물건이 가득한데, 그 물건들 중에서 편집된 남의 취향에 휘둘리지 않고 내게 딱 맞는 것들을 찾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예희 작가가 맥시멀리스트는 아니다. 매일매일 10원 단위까지 가계부를 쓰고, 계획에 따라 12개의 적금을 나누어 관리하는 성실한 생활인이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같은 시간 동안 내 삶을 위한 가장 큰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돈지랄’을 환영할 뿐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구체적인 행복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좋은 것을 욕심내며, 기쁘게 지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읽는 내내 유쾌하게 웃게 된 이 책을 산 것도 내게는 최고의 ‘돈지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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