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카페 벨에포크'

'카페 벨에포크' 포스터.
'카페 벨에포크' 포스터.

‘벨 에포크(belle époque)’ 참으로 가슴 설레는 단어다. 사전적 의미는 ‘좋은 시대’이지만, 잠시나마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우디 앨런 감독은 1920년대 파리를 벨 에포크로 상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나 영화 속 1920년대 파리 사람들은 1890년대를 그리워했고(실제로 ‘벨 에포크’라는 단어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를 일컫는다), 1890년대 사람들은 르네상스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들 뿐이랴.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또한 각자의 벨 에포크는 다르다. 어떤 이들은 스무 살 청춘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보다 더 어릴 때 또는 사회적 기반을 완성한 30대가 자신의 벨 에포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소망을 코믹하게 담은 영화가 <카페 벨에포크>다.

“1분 1초 설레며, 24시간 사랑했던 내 인생 가장 찬란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이 원하는 벨 에포크로 되돌아가게, 아니 느끼게 해주는 이벤트 업체가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 세트와 재연배우를 통해서 과거의 그 시절을 체감하게 해준다. 현재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과거를 추억하는 법이라, 실업과 불화로 집에서 쫓겨난 고개 숙인 중년 남성은 추억 속의 첫사랑을 만나고자 1974년 5월 16일로 되돌아가기를 원했다.

관객의 시선을 관심 구간까지 순식간에 끌어들이는 헐리웃 전개 방식에 길들여진 입장에서는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려는 프랑스 영화문법이 조금 버석거릴 수도 있으나, 이게 오히려 신선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차근차근 주춧돌을 쌓아 올린 후 강조하는 건 결국 사랑이지만, 굳이 사랑이라는 한 단어에 메이는 대신 꿈이나 다른 무언가로 치환해도 무방하다.

누구나 설렌다는 그 단어 첫사랑 그리고 찬란했던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는 설정만으로도 심장이 요동치는데, 그러나 우리는 현실이라는 발판을 딛고 서있다는 주제도 놓치지 않는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영화라니, 코로나 시국이라 다들 극장 출입을 삼가는 분위기라는 게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더불어 화니 아르당 Fanny Ardant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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