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발전소 5·6호기 환경개선설비공사 현장에서
업체, 앵커 시공 잘못 깨닫자 절단 뒤 눈가림식 땜질
제보자 “문제 지적했더니 쫓겨나…억울하고 분하다”
발전소와 시공사 “하청업체가 저지른 일…감독 강화”

삼천포화력발전소 전경.
삼천포화력발전소 전경.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 시설 공사가 한창인 삼천포화력발전소에서 부실시공 사실이 드러나 말썽이다. 발전소 측은 “시공사에 책임을 엄하게 묻겠다”는 입장이나 자칫 심각한 안전 문제를 일으킬 뻔한 일이어서 정확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천포화력발전본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발전소 5‧6호기의 가동을 멈춘 채 이들에 탈황탈질설비를 핵심으로 한 환경개선설비공사를 진행 중이다. 시공은 플랜트 전문업체인 BDI㈜가 맡았다. 시공비는 2200억 원 남짓이다.

5‧6호기는 삼천포발전소의 6개 발전기 가운데는 가장 최신형에 해당한다. 하지만 탈황탈질설비를 갖추지 않아 대기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한다는 오명을 듣고 있었다. 이에 발전소 측은 6월 말까지 해당 공사를 끝내고, 전력수요가 많은 7월에는 정상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으로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사에 참여했던 일부 노동자들이 “시공사 BDI와 특정 협력업체가 일부 공사를 잘못하고선 이를 눈가림식 땜질로 넘기려 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그 중심에 있는 이가 신성철(61) 씨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철 구조물 공사에 참여해 총괄작업반장 일을 맡아왔다는 그는 “내 신분을 기사에도 정확히 밝혀 달라”고 전제하며 5월 20일에 처음 인터뷰에 응했다.

제보자 신성철 씨가 20일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삼천포 5,6호기 부실시공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제보자 신성철 씨가 20일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삼천포 5,6호기 부실시공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신 씨는 “철 구조물이 힘을 받으려면 앵커(볼트)가 단단히 박혀야 한다. 그런데 완전히 엉터리 시공을 하고선 눈만 가리고 넘어가려 했다”며 말문을 텄다.

그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형 배관시설을 떠받칠 철 구조물 공사를 하면서 그 기초작업이라 할 앵커볼트 설치공사가 애당초 잘못됐다는 것. 정확히는 가로와 세로 폭을 바꿔 잘못 시공했다는 얘기다. 이를 뒤늦게 깨달은 시공 중간업체 관리자는 공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 대신 콘크리트 표면에서 10cm 남짓만 파내어 드러난 앵커볼트를 잘라버리고, 철판을 덧붙인 뒤 앵커볼트를 연결시켰다. 그러고는 콘크리트를 다시 발라 겉보기에 정상인 것처럼 눈속임했다.

신성철 씨가 제공한 문제의 눈가림 시공 사진. 앵커볼트를 잘라내고 철판을 덧댄 모습이다.
신성철 씨가 제공한 문제의 눈가림 시공 사진. 앵커볼트를 잘라내고 철판을 덧댄 모습이다.

신 씨는 “지하 60cm까지 묻혀야 할 앵커(볼트)가 결국 10cm만 묻힌 셈”이라며 “이러면 힘을 못 받아서 언제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현장에선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문제를 지적하자 결국 몇몇 동료들과 같이 쫓겨났다. 이 분야에 44년을 일하며 처음 겪는 황당한 일”이라며 억울해했다.

신 씨의 이런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국가중요시설을 짓는 공사의 관리감독에 허점이 발생한 셈이다. 취재에 들어가자 삼천포발전본부는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진상 조사부터 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상귀 삼천포발전본부 제2발전처장(사진 왼쪽)이 후속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김화식 제1발전처장.
서상귀 삼천포발전본부 제2발전처장(사진 왼쪽)이 후속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김화식 제1발전처장.

발전소 측의 공식 입장은 닷새 뒤인 25일에 나왔다. 서상귀 삼천포발전본부 제2발전처장은 이날 가진 인터뷰에서 “확인 결과 제보자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 5호기에서 8곳, 6호기에서 16곳의 앵커볼트 시공에 잘못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서 관련자에겐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책임의 주체는 누구이고, 어느 선까지일까. 일단 공사를 맡긴 발전소 측은 “전혀 몰랐다”는 주장이다. 또 시공사인 BDI도 “몰랐다”는 반응. BDI 소속으로 현장 관리 책임을 맡은 김홍근 소장은 이날 “하청업체 쪽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임금 문제 등으로 현장이 혼란한 상태에서 일어난 일 같다”고 짐작했다.

하지만 인터뷰 현장에 있던 신 씨의 이야기는 달랐다. 그는 “발전소 쪽에는 이 사실을 말한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모를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BDI가 모를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앵커(볼트)를 자르고 용접하는 일은 밤에 이뤄졌지만 콘크리트를 깨어내는 작업은 낮에 일어났고 그 현장에 A부장이 분명 있었다”고 말했다. 신 씨가 주장하는 A부장은 BDI 소속이다.

논란이 일자 서 처장은 “이 부분까지 정확히 확인하겠다”면서 “CCTV 설치 등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다른 부실시공 사례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BDI 김 소장은 “기존 (하청)업체를 공사에서 배제하고 남은 공사는 직영으로 진행하려 한다”며 후속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이번 부실시공 말썽으로 환경개선설비공사의 전체 공정이 더 늦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작 발전소 측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부 ‘용접 부실시공’ 지적에 대해서도 “확인 결과 우려할 일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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