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20×15. 2020.
그리움. 20×15. 2020.

코발트빛 투명한 하늘을 보면 필리핀 안티폴로 하늘이 그립고, 청자색 푸른 하늘에 흰 뭉게구름을 보면 내몽골 울란부통 하늘이 더 많이 그립다. 회색빛 덤덤한 하늘을 보면 중국 지난의 하늘이 그립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면 바다를 닮은 삼천포 하늘이 그립다.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달리면서 먼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저 하늘에는 안티폴로도 있고, 울란부통도 있고, 지난도 있고, 삼천포가 있었다. 안티폴로에서 만난 열대성 폭우로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하기 위해 잎이 넓은 나무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늘 그랬다는 듯이 친구와 얘기하며 흙탕길을 걷던 교복 입은 여자아이가 생각났다. 울란부통 초원을 몇 시간 동안 달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듯 누웠을 때 천장에 원색 가득한 장식이 어지러웠고, 가축 변으로 난방을 하던 게르 안에서 새벽에 심한 두통으로 깨어 가슴 쓸어내리던 일도 생각났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떠난 어느 나이 많은 유학생이 쓰던 자전거를 백 위안에 싸게 주고 샀다며 자랑했고, 그 자전거를 끌고 나와 저녁 퇴근 무렵 중국인들의 자전거 대열에 끼여 혼쭐이 났던 지난의 그때가 생각났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눈부시던 날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걸을 수 있는 그 길을 따라 아무 욕심 없이 마음을 달래던 삼천포 앞바다와 같았던 파란 하늘이 생각났다. 그래서 하늘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때로는 안티폴로에 서 있기도 하고 때로는 울란부통 초원을 그리워하고 간혹 지난을 자랑했다.   

하늘을 보면서 종종 그곳이 그리워지는 것은 하늘이 색깔도 있었고 냄새도 있었고 소리도 있었던 까닭이였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아름다운 하늘이다 맑은 하늘이다 하고 외치던 것이, 안티폴로 하늘이다 울란부통 하늘이다 지난의 하늘이야 라며 말하고 있었다. 옆 친구에게 내 눈빛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들켜 버렸다. 

첫사랑 추억도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들이 더 아름다워 보였고, 삶이 힘겨워 고민했던 사람이 그렇지 않았던 사람보다 더 어른 같아 보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두 인생 세 인생을 살아내는 여유가 보였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생각의 두께가 경박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늘이 그랬다. 하늘을 보면 난 항상 그곳이 생각이 났다. 여전히 너와 나의 첫 만남에 나는 어김없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독히 예쁜 하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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