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시체들의 새벽:컨테이젼'

'시체들의 새벽:컨테이젼' 포스터.
'시체들의 새벽:컨테이젼' 포스터.

좀비라는 장르는 확실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취향이 아니면 예고편은커녕 포스터조차 쳐다보기 싫지만, 반대로 한 번 빠지면 영화 속 좀비들이 먹잇감을 찾아 달리듯 계속 새로운 좀비 영화를 찾는다. 새로운 좀비 영화의 기준은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이전보다는 진화한 좀비가 등장하게 되면 그 자체로 새롭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대체로 ‘속도’와 ‘사고능력’이 좀비라는 종족(?) 자체의 진화를 가름하는 판단 기준이 되곤 하는데 진화한 좀비가 등장한다고 해서 꼭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스토리와 캐릭터가 탄탄할 때 좀비의 진화도 돋보이면서 영화적 재미도 배가되는 법이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Day of the Dead>를 리메이크한 영화 <시체들의 새벽: 컨테이젼-이하 컨테이젼>은 ‘생각하는’ 좀비가 등장한다는 면에서 새로움 지수는 올라갔지만 문제는 스토리다. 요약하자면 <컨테이젼>은 생각하는 좀비를 내세운 진부한 스토리의 향연이다. 게다가 시쳇말로 고구마 1000개쯤의 민폐 캐릭터까지 등장하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의 클래식을 리메이크하면서 이렇게까지 답답하게 만드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하지만 좀비 영화 특유의 B급 정서와 액션으로 구현되는 장르적 쾌감은 나쁘지 않다. 

좀비물은 이제 더 이상 마이너한 장르로 보기는 어렵다. <부산행>의 속편 <반도>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TV드라마 <킹덤>이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면서 예전보다는 장르 접근성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그만큼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는데 그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은 스토리다. 달리고 물고 뜯고 선혈이 낭자하기만 해도 좋을 장르적 쾌감만 내세워서는 보통의 취향을 가진 관객은 물론이고 좀비가 등장하면 무조건 티켓부터 끊고 보는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기도 힘들어졌다. 사운드나 시각효과는 기술력의 진보에 따라 향상될 수밖에 없지만 고유의 정서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스토리 없이는 그냥 많이 본 듯한 진부한 좀비물에 머물 뿐이다. 

이 영화의 제목 <시체들의 새벽: 컨테이젼>이란 제목도 그렇다. <Day of the Dead: Bloodline>이라는 원제 어디에도 Contagion(전염, 감염)이란 단어는 없다. 아마 코로나19 때문에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2011년 작 <컨테이젼>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이 분위기에 업혀가려는 계산잇속으로 고친 것 같은데, 좀비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거라고 우기기에는 낯부끄럽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