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매향비 연관성 또는 침향목 가능성 제기
발견자 “나무를 다듬은 느낌…침향목 떠올려”
사천시 “공사 중단하고 문화재청에 조사 요청해” 

사천시 곤명면 성방마을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검은빛 나무. 이 나무가 침향목일 가능성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사천시 곤명면 성방마을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검은빛 나무. 이 나무가 침향목일 가능성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사천시 곤명면 성방마을 하천가 공사현장 땅속에서 수백 년은 족히 됐음직한 새까만 나무가 발견돼 눈길을 끈다. 사천시는 이 나무가 고려시대 말기에 이뤄진 매향의식과 관련 있는 침향목인지 확인하기 위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문화재청에 현장 조사를 요청했다.

“성방마을에서 침향목으로 추정되는 나무를 봤다”는 제보가 뉴스사천에 들어온 건 3월 22일이다. 제보자는 이 마을에 사는 김영태‧이은주 씨 부부로, 김 씨는 도예가이면서 전직 마을이장이다.

평소 흙에 관심이 많던 김 씨는 마을에 큰 공사가 시작되자 좋은 흙이 있나 싶어 공사장을 둘러봤다. 그러다 목질이 온통 검은빛을 띠는 나무를 보고는 순간 침향목을 떠올렸다. 침향목은 고려 말기 무렵 불교의 미륵신앙에 영향을 받은 매향의식에 연관 있는 것으로, 주로 소나무나 참나무가 사용됐다. 소나무나 참나무가 갯벌 속에서 오랜 세월이 지나 침향목으로 바뀌면 새 세상이 온다는 믿음이 당시 민중들에게 있었던 것. 마침 성방마을에서 직선거리로 5km쯤 떨어진 곤양면 흥사리에는 1387년에 세워진 사천흥사매향비(보물 제614호)가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 씨는 “흥사매향비와 직접 연관이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목질이 검은 빛을 띠는 전형적인 침향목”이라며 “깊은 뻘층 아래에 묻혀 썩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가)자연스럽게 묻혔을 수도 있지만 잔가지들을 다음은 듯한 느낌도 난다”면서 “누군가에 의한 의도적인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튿날(23일)엔 사천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는 김상일 학예사와 사천시의회 김경숙‧김규헌‧김여경 의원이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매향 의식과 연관한 침향목일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정확한 조사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김경숙 의원은 “나무가 인위적으로 재단된 것처럼 보였다”며 “꼭 매향 의식에 쓰인 게 아니더라도 매우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 학예사는 조심스런 반응이었다. 그는 “흥사매향비와 거리가 멀고 수계도 달라서 연관성을 언급하긴 곤란하다”며 “이와 비슷한 사례는 일반 하천에서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매장문화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일단 공사 중단 조치를 취했고, 문화재청엔 자세한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 조사에서 발견된 나무가 인위적인 침향목으로 인정될 경우 그 문화적‧학술적 가치는 뛰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서 매향 의식과 관련 있는 침향목이 발견된 사례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한편 정체불명의 검은빛 나무는 성방마을을 지나는 완사천 근처 배수장 건설공사 현장에서 발견됐다. 일부는 파헤쳐진 흙더미 사이에 있었고, 깎아낸 흙 속살에서 모습을 일부 드러낸 것도 있었다.

사천시 곤명면 성방마을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검은빛 나무. 이 나무가 침향목일 가능성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사천시 곤명면 성방마을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검은빛 나무. 이 나무가 침향목일 가능성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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