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양 곤명 등 곳곳 동해 발생.. “내년 농사 망칠까 더 걱정”

사천 곤양과 곤명을 중심으로 동해 피해를 입은 단감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11월초에 닥친 이례적인 기습 한파가 원인이었다.

사천지역 가을철 대표 농산물인 단감. 하지만 곤양과 곤명의 일부 단감농가들은 지난 11월초에 갑자기 불어 닥친 한파로 시름이 깊다. 미처 수확하지 못한 단감들이 동해를 입어 상품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초겨울과 같은 영하의 추위가 닥친 것은 지난 11월 3~4일. 당시 사천의 아침최저기온은 섭씨 0도 안팎이었지만 곤양과 곤명의 일부 지역은 영하 3도 아래로 떨어졌다.

단감이 동상을 입기 시작하는 온도는 영하 2.5도. 따라서 미처 단감을 수확하지 않은 농가들은 동해 피해를 입었다. 단감은 한 번 동해를 입으면 겉으로는 멍이 든 것처럼 얼룩이 지고, 특유의 아삭한 맛이 없어져 상품성을 잃는다. 또 다른 과일처럼 가공식품으로 사용할 수도 없어 전량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게 농민들의 탄식이다.

곤양면 무고마을에서 대를 이어 40년째 단감농사를 짓고 있는 정창건(45) 씨의 경우 4만3000㎡의 과수원 가운데 미처 수확하지 못한 1만5000㎡에 이르는 단감과수가 피해를 입었다. 금액으로 2000만원에 이른다.

특히 정 씨는 사천지역 ‘탑프루트’ 단감을 생산하는 열일곱 농가 중 하나여서 피해가 더 컸다. 상품성이 좋은 단감만 따로 관리하면서 수확을 늦췄기 때문이다.

 

사천시 곤양면 무고마을에서 단감농사를 짓는 정창건 씨가 10일 자신의 과수원에서 피해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탑프루트’란 농촌진흥청에서 시행하는 ‘탑프루트 프로젝트’에 의해 생산된 과실로, 크기 당도 착색도 안전성 등 최고품질 기준을 정해 그 기준을 통과한 과일을 말한다. 따라서 일반 단감에 비하면 값이 훨씬 높다.

정 씨 외에도 곤양 목단마을, 곤명 작팔마을, 사천읍 장전마을 등 고지대나 특별히 냉기류가 형성된 특정 마을에서 피해가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동해 피해가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내년 농사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대학 현장교수이자 진주에서 감농사를 짓는 성재희 씨는 “지금쯤은 단풍이 들어서 (영양분이)뿌리로 이동하거나 가지에 저장을 해야 되는데, 이미 잎이 말라버렸기 때문에 저장양분이 적다. 이럴 경우 내년에 꽃을 피우기도 힘들어 작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동해를 입지 않은 정동 고읍마을 감나무는 여전히 많은 잎을 매달고 있는 반면 동해를 입은 감나무는 거의 모든 입을 떨어뜨린 상태다.

따라서 성 씨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동해 입은 나무는 즉시 그 열매를 따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해를 입은 단감나무는 입을 모두 떨어뜨려, 영양을 충분히 저장하지 못한 채 겨울을 맞게 됐다.
반면 동해를 입지 않은 단감나무(정동면 고읍, 7일)는 여전히 푸른 잎을 매달고 있다.

한편 뜻밖의 이번 동해로 재해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농가도 드물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단감농가가 재해보험에는 들었지만, 봄이나 가을 동해에 대비한 특약상품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남부지역 특성상 봄이나 가을에 동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적었다는 얘기다.

앞선 정 씨의 경우 “해마다 봄가을 동해 특약을 가입했지만 피해 가능성이 낮아 올해는 생략했다. 40년 넘게 농사지은 아버지께서도 ‘이런 해는 처음’이라 말씀하신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여름 큰 태풍 피해 없이 풍작을 맞은 단감농사. 그럼에도 가격이 떨어져 큰 재미를 못 본다는 게 농민들의 넋두리였다. 여기에 이번 한파로 동해까지 입은 일부 농가들은 그나마 수확의 기쁨까지 잃고 있어, 이 계절이 씁쓸하다.

동해를 입고 떨어진 단감. 아랫부분에 동해 입은 흔적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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