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알일까? 애벌레일까?

 "어 논에 있는 저건 뭐지? 누에 고치 같네!"

 "나는 공룡알 같이 보이는데. 하얀 김밥 같기도 하고..."

▲ 들판에 있는 하얀 물체들

 요즘 길을 가다 보면 벼 수확을 끝낸 들판에 하얀 물체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색다른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얀 공룡알 같기도 하고, 애벌레 같기도 합니다. 달빛 부서지는 밤이 되면 스멀스멀 기어다니기도 한다는데. 하얀 물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주변 사람들과 농민들을 만나 탐문수사를 해 보았습니다.

▲ 들판 여기 저기 놓여있는 하얀 물체들 하얀 물체들

 이름은 '생볏짚 원형 곤포 사일리지'입니다. 농촌진흥청의 자료에 의하면 1997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생볏짚을 베어낸 즉시, 묶어서 공기가 통하지 않게 압축한 다음 비닐로 쌉니다. 탈곡 후 1일 이내에 수거해야 하고, 8시간 이내에 비닐로 싸는것이 좋다고 합니다.두달 정도 발효 시키면 소들이 좋아하는 사일리지(담근 먹이)가 됩니다. 소가 먹는 맛있는 김치가 되는 셈입니다. 

▲ 축사로 옮겨가기 위해 길가에 쌓아놓은 생볏짚 원형 곤포 사일리지

  논 1마지기는 옛날 도량형으로 약 200평, 한필지는 약 6마지기에 해당됩니다. 논 1마지기에서 생산되는 '생볏짚 원형 곤포 사일리지'는 2개정도. 한필지에서는 10개 정도가 나옵니다.

 하나에 300~400kg정도 나가는데 값은 약 3~5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소 한마리가 먹는 양은 1년에 8개에서 9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 고읍 들판에서 읍으로 가는 논길

 볏짚을 보면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아이들에게 짚단은 재밌고 신나는 놀이 도구였지요. 짚단으로 벌이는 싸움은 어느 한쪽이 벌개지면서 처절(?)하게 눈물을 흘릴 때쯤 끝이 납니다. 짚단 싸움에 지치면 짚더미 속으로 굴을 파서 들어갑니다. 짚단 더미에 판 굴은 바람도 막아주고, 따뜻한 집처럼 아늑한 공간을 제공해 줍니다.

 아이들은 짚더미 근처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술래잡기도 합니다. 어둑어둑 해가 저물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갑니다. 씻지도 않은 채 쓰러져 잠이 듭니다. 아침이 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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