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댐사천대책위, 정부에 ‘댐 건설 촉구 건의문’ 전달

남강댐사천대책위가 남강 상류에 신규 댐건설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적절한 선택이었는지를 두고 안팍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가 남강댐 용수증대사업을 치수증대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돌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남강댐사천대책위가 남강 상류에 신규댐 건설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부경남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는 상황에서 자칫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남강댐운영수위상승결사반대 사천시민대책위원회 박종순 대표는 일부 대책위원들과 함께 국토해양부를 방문해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 건의문에는 “문정(함양)댐을 국가정책사업으로 조속히 건설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 대표는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게 정부쪽 얘긴데, 남강댐 상류에 신규댐을 만들면 치수능력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건의문 전달 배경을 설명했다.

남강댐사천대책위가 문정(함양)댐 건설 필요성으로 제시한 이유는 크게 여섯 가지로, 이는 함양군이 주장하는 논리와 똑 같다.

△남강 상류지역 수해 예방 △남강댐 사천만 방류량 조절 △경남 서북부 지역 물 부족 대비 △남강 중하류지역 하천환경 개선 △지리산권 관광 휴양시설 개발 △농지 침수예방으로 이농현상 방지가 그것이다.

함양군이 계획 중인 마천댐 예정지.
그러나 남강댐사천대책위의 이 같은 공식 건의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남강댐사천대책위 곤양면대책위 하승원 위원장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고 한 뒤 “신규 댐을 지어 텅 비워 두면 몰라도 늘 물이 차 있을 텐데 홍수조절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며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또 사천대책위도 참여하고 있는 남강댐서부경남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용수증대사업과 치수증대사업은 말장난일 뿐이다. 따라서 모든 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게 서부경남대책위 입장”이라면서, 사천대책위가 댐 건설을 건의했다는 소식에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당초 남강댐에 지금보다 물을 더 가뒀다가 부산에 식수로 공급하겠다는 이른 바 ‘남강댐용수증대사업’을 발표했다가 사천을 비롯한 경남차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진양호 전경.
그러자 정부는 남강댐용수증대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를 몇 달째 미루면서 ‘치수증대사업’ 카드를 꺼냈다. 남강댐 안정성이 의심되니 치수 차원에서 사천만쪽으로 비상방수로를 하나 더 만들고 남강댐 상류에 댐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이에 사천대책위는 “사천만 비상방수로를 짓는 것은 안 되니 차라리 상류에 댐만 하나 더 지어라”라고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태도는 지난 8월에 있었던 과천정부청사 앞 궐기대회 때부터 꾸준히 보였으나, 특별히 댐 건설만 촉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부경남대책위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다른 지역 대책위들도 할 말이 많지만 참고 있는데 사천이 굳이 나서서 함양에 댐을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한 뒤 “어쩌면 (사천에)독이 되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지금은 모든 지자체들이 용수증대사업과 치수증대사업을 반대하면서 사천만 비상방수로 건설도 함께 반대하고 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다른 지자체에서 “사천만으로 비상방수로를 내는 것이 대안이라고 입장을 정리하면 어떡할 거냐”는 거였다.

남강댐 용수증대 사업 반대 집회에 참가한 사천시민들.
한편 함양군은 남강 제1지류인 엄천강(임천강) 상류에 해당하는 마천면 일대에 5000억원을 들여 담수량 9700만㎡ 규모의 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정부에 건의해 놓은 상태다. 또한 정부도 댐 건설 계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천시도 사천대책위와 같이 신규 댐 건설을 바라는 입장이다. 그래야 남강댐의 치수능력이 커지고 사천만 쪽으로 또 다른 방수로가 뚫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부경남대책위는 이를 “순서를 바꿨을 뿐 결국 부산에 식수를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하면서 신규 댐 건설에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남강 상류에 신규 댐을 지어 치수능력을 키우자는 사천시와 사천대책위의 생각이 약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독이 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사천의 이번 건의를 서부경남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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