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박학춘·조성숙 부부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지난 31일, 서랍 속 인터뷰의 스물두 번째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사천여고를 찾았다. 운동장에 잠시 서있으니, 곧 건물 정문으로 박학춘(59) 씨가 나타났다. 박 씨는 28년간 사천여고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퇴직 이후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 취업지원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 서랍 속 인터뷰 스물두 번째 주인공 박학춘 씨.

“고등학교 졸업식쯤이죠. 예비고사 시험 치고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거기서 아내를 처음 만났어요. 첫눈에 반해서 내가 줄기차게 쫓아다녔죠.(하하)”

삼천포고, 삼천포여고를 나란히 다니던 두 청춘은 그렇게 만났다. 박 씨의 말마따나 그는 아내 조성숙(58) 씨의 마음을 열려고 6개월을 내리 쫓아다녔다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 조 씨는 신수도에 있는 학교에서 일을 했는데, 박 씨는 아내가 퇴근할 때쯤 배 시간에 맞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매불망 그녀를 기다렸단다. 연애를 하게 된 것도 ‘노력의 결실’이라며 박 씨는 웃었다.
 
“연애하다가 2년 가까이 중간에 헤어졌었어요. 아내는 대구로 일하러 가고 저는 대학원에 다녔는데, 다시 아내한테 연락이 왔죠. 저만한 사람이 없었나 봐요. 내가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만나게 될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되는 걸까. 여하튼 5년 연애 끝에 두 사람은 1984년 12월 17일 식을 올렸다. 사랑이 넘치는 부부는 슬하에 아름(36), 다운(31) 두 아이를 뒀다.
 
“친한 친구들 끼리 자식을 낳으면 ‘아름, 다운, 우리, 나라, 국토, 강산’으로 이름을 짓자 했는데, 제가 처음 결혼해 애들 이름을 ‘아름, 다운’으로 지었죠. 근데 저 말고 아무도 약속을 안 지켰어요.(하하)” 

학교에서 진로지도와 취업관련 업무를 맡다 보니 자식들의 진로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그. 아버지의 열렬한 관심 덕일까, 지금 첫째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에 다니고, 둘째는 항해사로 해외를 다니며 일하고 있다고. 지금 딸은 결혼해 손녀가 8살이고, 아들은 자신이 존경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자랐단다. 자식들 이야기에 박 씨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학생들에게 진로와 취업지도를 할 때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조언을 해주려고 해요. 이상적으로 좋게만 말한다고 달라지지 않잖아요. 단점이 있으면 그 부분을 보완해서 장점으로 바꾸라고 하죠. ‘금수저, 흙수저’하는데, 요즘 세상에서 부모가 자식을 위해 줄 수 있는 자산은 물질적인 것보다 정보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88년 발령을 받고 학교에서 일한 것만 30년이 다 되어간다는 그. 학생들이 불안하지 않게 확신을 주고, 떳떳한 교사가 되고 싶어 40대부터 방통대를 다니며 상업, 컴퓨터, 영상미디어, 국문학 등을 공부했다. 오랜 교사 생활만큼 많은 학생들을 만나왔을 텐데,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학생들이 있을까?

“저는 이 학교를 너무 사랑해요. 그러다 보니까 취업 지원관도 하게 된 거죠. 지금 딱 떠오르는 친구들은 ‘9133회’라고 91년도에 담임을 맡았던 3학년 3반 학생들? 그렇게 꾸준히 연락해주는 학생들이 고맙고 기억에 남죠.”   

사랑으로 이뤄진 가정이지만 항상 맑은 날만 있었을까? 위기에 대해 묻자 따라오는 박 씨의 말이 현답이다. 

“세월이 지나서 해결되는 문제는 위기가 아니라, 나를 강하게 해주는 발판이라고 봐요.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움이 닥치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요?”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결혼하고 싶다는 박 씨는 결혼 20주년에 아내와 떠난 미국 여행을 행복한 순간으로 꼽았다. 한 달 정도 떠난 여행의 추억이 아직도 선명하다고.

“미국 여행을 갔는데 퇴직하고 오신 분들이 다리가 아프고, 비행기를 오래 타느라 힘들어 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때 뭐든지 빨라야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행이든 배움이든.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더라고요.(하하) 학생들에게도 항상 기회가 되면 외국여행을 6개월에서 1년쯤 가보라고 해요. 단,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서! 그렇게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건 자신의 인생도 설계할 수 있는 힘이라고 봐요.”

설계, 미래, 계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 씨는 ‘플랜맨’이다. 그에 따르면 플랜 없는 액션만큼 위험한 게 없다고. 앞으로 그의 목표는 ‘즐길 줄 아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그 즐김에는 건강, 열정 등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 다 포함돼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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