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삼조 시인.

조선 초기 무렵 문명(文名)을 떨쳤던 송순이 쓴 시조에 이런 것이 있다. 옛날 학교에서   배울 때는 무슨 자연 타령이나 하는 답답한 작품이라고 어린 생각에 대충 보아 넘겼던 것 같은데 요즘 들어 음미해 보니 과연 교과서에 실려 대대로 읽힐만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시조 한 수다. 전문(全文)이 다음과 같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 지어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에 청풍 한 간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십 년이나 공을 들여 초가삼간을 지어 나와 달과 바람이 한 간씩 차지하고 나니, 강과 산은 집에는 들일 데 없어 집 주위에 그대로 둘러 두고 보겠다는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것이고, 결국은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의식이 뿌리를 이루는 시이다. 

중국 송나라 때 소동파는 ‘적벽부(赤壁賦)’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이 주인이 있어 함부로 소유할 수가 없으나 자연은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으니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리는 바”라고 노래하고 있다. 자연은 즐기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뜻인 ‘풍월주인(風月主人)’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고 했다. 그러니 옛사람들은 집 하나를 지어도 주위 자연과 어울리게 지었다고 한다. 자연에 인공을 가하는 일은 가급적 피하고자 한 것이다.

자연은 과연 생긴 그대로 둘러두고 볼 때 가장 좋다. 인공의 때가 묻으면 묻을수록 그 하늘이 우리에게 선사한 작품은 망가져 간다. 

우리 주위에도 그런 예는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옛 삼천포 팔포의 매립 사건일 것이다. 원래 노산 공원은 물이 들어오면 섬이었다가 썰물 때면 육지와 연결되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 연결 부위를 매립하여 노산은 온전한 육지가 되었는데 노산에 오르면 그 동쪽과 남쪽은 바위 기슭에 물결이 찰랑거리던 아름다운 정취가 있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그 동쪽 면을 매립하여 개펄을 땅으로 바꾼 것이다. 자연이 준 선물을 횟집과 모텔과 노래방으로 바꾼 것이다. 만약 매립하지 않았다면 아름다운 자연은 당연히 그대로 남고, 그 주위로 기존 횟집들에 더해 각종 편의 시설들은 자연스럽게 들어섰을 것이다. 한 번 훼손해 버린 자연은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없다. 자연에 손대는 일을 심각히 고민해야 할 이유다.

근자에 우리 지역의 서포와 곤양 일대에 자리한 광포만이 훼손될 계획이 있다 하여 환경보호단체에서 끊임없이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거듭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손 대대로 물려줄 무한 가치를 지닌 자연이 어찌 눈앞의 몇 푼 경제적 이익을 위해 희생될 수 있단 말인가.

이왕 시조 얘기가 나왔으니 윤선도의 시조 한 수도 소개한다. 옛말을 지금 말로 일부 바꾼 사정은 처음 시조와 같다. 

“잔 들고 혼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니/ 그리던 님이 온다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씀도 웃음도 아녀도 못내 좋아하노라”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