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 시인 두 번째 시집 '연애' 출판기념회 가져

나는 꽃의 슬픈 살갗을 가진 탕아
편식주의자인 사내의 불길한 애인
애초 그대와 내가 바닥없는 미궁이었을 때
얼마나 많은 바다가 우리의 밤을 핥고 갔는가

내 몸 어디에 앉을지 몰라
쩔쩔매고 있는 미타산 저물 무렵처럼
나와 어떻게 이별할지 끙끙대는 어린 연애,
유리창처럼 닦아주고 싶은 저, 나이 어린 연애의 등

투정할 새도 없이 그는 가고
흰 배롱나무 꽃자리에 백악기의 새처럼 앉아
나를 살피는 연애

아직 가보지 못한 라틴아메리카의 정글, 정글도 늙어 그 늙은
정글의 늑골에 두리기둥 박는 일만 같아
밤이 미타산으로 엉덩이를 슬쩍 걸치듯
그대의 호명을 기다리는

껍질까지 벗어 던져야 돌아오는 연애
生의 난간 같은 연애.
― 「연애」 전문

김경 시인.
김경 시인이 '친정집 안마당' 같은 아늑한 삼천포 바다를 배경으로, 자신과 살붙이들의 살아온 내력이 속속 스며든 정감어린 시집을 엮어냈다. 제목은 <연애>. 첫 시집 <붉은 악보>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시집 해설을 쓴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김경 시인은 '사랑'이야말로 삶의 다른 이름임을 노래하면서, 우리네 삶에 편재하는 '사랑'의 서사를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시인은 삶의 음영들을 섬세하게 다독거려 아련한 옛 기억들을 반추해 내거나 그풍경들과 어울려 삶의 수평이 되어 보인다”며 “세월 속으로 흘러드는 수많은 작은 시내들이 합쳐서 다시 되살려내는 재생의 바다, 그 거대한 자궁처럼 자리 잡은 모성(母性)으로 인하여 이 시집은 너무나 생생하다”고 말했다. 

유성호 한양대교수가 김경 시인의 '연애' 시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쯤에서 생기는 사람들의 궁금증 하나, '연애' 제목의 시집을 펴낸 김경 시인은 과연 연애의 달인일까.

김경 시인은 국민학교(초등학교)에서 지금의 남편을 동창으로 만나, 고교시절부터 사랑을 키웠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까지 이르러 세 자녀를 두고, 지금에 이르렀다. 김경 시인은 “우리 부부는 일찍부터 연애 꽤나 해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경시인의 가족들이 출판기념회 무대에 올랐다.
31일 삼천포 관광호텔서 열린 시집 출판기념회에서 시인은 가족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아들 박천익 군은 어머니의 시집 출판을 축하하며, 트럼펫 연주를 선보였다. 시인이 활동 중인 그림내 시낭송회에서는 이날 시극과 시낭송을 통해 시인의 시세계와 감수성을 절절히 보여줬다. 김경 시인의 시에는 가족과 동료가 함께 었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날 많은 축하객들이 시인의 시집 출판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송수근 시인은 “실제 삼천포를 와보니 단풍과 파도가 시적 상상보다 아름답게 펼쳐졌다. 시인이 보여주는 가슴 설레는 연애가 아름답게 빛나도록 박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노정 시인도 김경 시인을 향해 “시인은 가장 춥고 가장 뜨겁게 서있는 사람”이라며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는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정진하고, 후배들을 두렵게 기억하시라”고 말했다.

김경 시인은 여러 시인들의 축하말에 “연애는 에로스적 사랑일 뿐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배려이자 고백”이라며 “아름다운 연애에 이 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시집 출판을 기념해 지역문인들과 지인들이 함께 떡을 자르고 있다.

그림내 시낭송회의 시극공연.
박천익 군의 트럼펫 연주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