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장미숙·송희영 부부

▲ 서랍 속 인터뷰 열네 번째 주인공 장미숙 씨.

[뉴스사천=고해린 인턴기자] 빨강, 파랑, 초록... 알록달록한 건물 안은 무채색이 넘치는 바깥과 완전히 다른 ‘딴 세상’이었다.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가 된 기분으로 어린이집에 들어섰다. 원장실에 앉아 시원한 오미자차를 한 모금 마셨을 때, 서랍 인터뷰의 열네 번째 주인공 장미숙(54)씨가 들어왔다. 장 씨는 향촌동에서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장 씨의 남편은 한전KPS에서 일하는 송희영(55)씨. 두 사람은 늦가을 삼천포 노산공원에서 영화처럼 처음 만났다. 

“제가 22살, 학원 강사로 일하던 때였어요. 같이 강사 일을 하던 친구와 노산공원에 놀러 갔는데, 남자 두 분이 차를 마시자고 하더라고요. 그중 한 명이 지금 남편이에요. 남편은 강릉에 직장이 있었는데, 삼천포 연수원에 연수를 받으러 왔었죠.”

네 사람은 노산공원에 있는 음악다방에서 신청곡을 들으며 함께 놀았다. 인연이 맞았던 걸까. 남편 송 씨의 대시와 적극적인 두 친구들의 협조(?)로 그들은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다. 4년간의 연애 기간에서 남편이 군에 있던 시간이 33개월. 두 사람은 송 씨가 입대하기 5일 전에 약혼식도 올렸단다. 고무신이 꽃신이 되고, 두 사람은 91년 11월 3일 결혼식을 올렸다. 부부의 결혼에 지대한 공을 끼친 두 친구가 결혼식 축가를 불렀다. 

“시가가 있던 강남에서 식을 올렸는데, 뒤풀이 장소에 가면서 남편 친구들 여러 팀을 따돌리려고 지하철을 탔던 기억이 나요. 그 튀는 옷을 입고요.(하하)”

결혼하던 해에 학원 운영을 시작했다는 장 씨. 결혼 비용을 학원 인수하는데 다 쓰고, 부부는 학원 한구석에 칸막이를 쳐 놓고 2년을 살았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며 그녀가 웃었다. 
부부는 슬하에 예슬(26), 민기(24) 두 아이를 뒀다. 전에 한 번 유산을 겪었던 지라, 첫아이는 간절한 기원 속에서 태어났다.

“남편이나 저나 아기가 건강하게만 세상에 나오길 바랐어요. 딸 낳을 때는 무통분만 주사도 없었는데, 아들 낳을 때는 있었어요. 아픔도 하늘과 땅 차이였죠.”

귀하고 소중한 아이라 첫째는 교과서처럼 키우려고 했다는 장 씨. 너무 FM대로 키우려던 게 욕심이었을까? 착하던 딸도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다. 

“사춘기 때 딸이 ‘나는 왜 공부만 해야 하냐. 그럼 내 인생은 공부밖에 없냐’고 하더라고요. 저도 첫아이다 보니까 아이가 방황하는 걸 이해를 못 했어요. 제가 아이한테 여유를 안 주기도 했었죠.”

그럼에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3 때부터 슬그머니 찾아온 사춘기는 딸이 고3이 되어 잠잠해졌다. 장 씨도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를 대하게 됐다. 지금은 딸이 ‘엄마가 롤모델’이라고 한다니, 자식의 존경이 담긴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아들도 건강히 자라서, 장 씨는 아들이 군 훈련소 퇴소할 때 부모님 대표로 200여 명의 장병들 앞에서 편지도 낭독했단다. 지금은 딸은 직장에서, 아들은 대학을 다니며 열심히 살고 있다고.

남편과도 거의 싸운 적이 없다는 장 씨. 그럼에도 아이 문제나 교육관에 있어서는 생각이 다를 때가 있단다. 그런 상황에서 싸우지 않는 부부의 비결은 뭘까?

“한 명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 다른 한 명은 끼어들지 않아요. 주로 남편이 애들한테 말을 많이 하고, 저는 나중에 그 순간이 지나고 둘이 있을 때 얘기를 하죠. 이래서 이렇고,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지나서 얘기를 하면 남편도 받아들이더라고요. 또 각자 일을 하다 보니까 바쁘기도 하고요.”  

다시 그녀의 얘기로 돌아와, 26살 때부터 유치원 운영을 시작한 지 올해로 28년째라는 장 씨.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서 적성에 딱 맞고 돈도 벌 수 있는 이 직업이 천직이란다. 장 씨가 아이들을 키우고 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인성’이다.

“남편도 신기하다고 하는데, 저는 노는 게 더 힘들고 원에서 아이들이랑 생활할 때 더 에너지가 넘쳐요. 이 일을 진짜 좋아해요. 또, 아이들을 대할 때 기본적인 예절이나 인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나중에 그 인성이 아이들의 재산이 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가 끝나고 장 씨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어린이집을 나섰다. 향촌동 ‘큰별어린이집’을 찾으면 밝은 에너지로 아이들을 대하는 장 씨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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