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정자야·김문학 부부

▲ 서랍 속 인터뷰의 열두 번째 주인공 정자야 씨.

[뉴스사천=고해린 인턴기자] 
드르륵. 철제 미닫이를 열고 아담한 미용실로 들어섰다. 인터뷰를 할 주인공은 보이지 않고 손님으로 보이는 동네 분들이 오순도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미용실에는 동네 사랑방처럼 훈기가 감돌았다. “사장님 안 계십니까?”하고 어르신께 묻자 마치 미용실 주인처럼 “곧 올끼다”라는 손님의 답이 따라왔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때마침 문이 열리며 서랍 인터뷰의 열두 번째 주인공 정자야(57) 씨가 등장했다. 정 씨는 곤양면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베테랑 미용사다.

정 씨의 남편은 현재 개인택시 일을 하는 김문학(64) 씨. 두 사람의 인연은 정 씨의 큰이모가 주선한 선 자리에서 시작됐다.
 
“남해에 계신 큰이모님이 다리를 놔주셨죠. 그때 제가 22살에서 23살 넘어가던 겨울이었으니까... 저는 처음 보는 선이였어요. 그때 일하던 미용실 옆 다방에서 처음 만났었죠.” 

첫 선에 만난 사람과의 결혼이니 운명이란 말이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첫 만남 이후 남편의 적극적인 대시가 이어졌단다. 여하튼 그 당시 유조선을 타던 남편이 귀국하고, 두 사람은 87년 11월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 갔다 와서 바로 이 미용실을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33년째 한자리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네요. 곤양 분들도 많이 오시지만 곤명, 서포, 진교, 북천, 원지같이 근방에서도 많이 찾아오세요.”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며 살아온 부부는 슬하에 세 아이를 뒀다. 첫째 규비(33), 둘째 건호(30), 셋째 서후(27)까지 다 키워냈으니 걱정거리가 있을까. 하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정 씨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15년 전에 유방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했어요. 항암치료를 10번 정도 하고 머리도 4번이나 밀었어요. 5년 정도 투병생활을 했죠. 그때 막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어요. 내가 나를 안 챙기면 안 되겠더라고요. 스스로 낫기 위해서 진짜 노력을 많이 했어요.”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정 씨는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더욱 강해지는 법을 선택했다. 항암치료와 함께 아침저녁으로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했다. 동네에 있는 남산, 다솔사가 있는 봉명산에도 올랐다. 쑥, 민들레, 칡순 등 약초가 된다는 것들을 채취해 와서 직접 효소도 담가 마시고, 녹즙, 약 등 몸에 좋다고 하는 것들은 가리지 않고 다 먹었단다.

정 씨는 그 과정에서 옆을 든든하게 지켜준 남편 김 씨에 대한 고마움도 내비쳤다. 

“제가 아플 때 우리 아저씨가 많이 뒷바라지를 해줬죠. 겨우살이, 부채손, 구지뽕나무... 남편이랑 같이 약초 구한다고 전국을 다닌 것 같아요. 아저씨가 고생 많이 했어요. 그거는 인정합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하늘에 가족들의 노력과 정성이 닿았는지, 정 씨는 암과의 싸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암에서 벗어나 건강해졌을 때 그녀는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을 느꼈다고.

정 씨를 응원한 사람은 가족들뿐만이 아니었다. 미용실을 찾던 손님들도 한마음으로 그녀의 쾌유를 바랐다. 약초를 캐다 준 손님, 서울까지 병문안을 와준 단골손님도 있었다니 평소에 그 정이 얼마나 끈끈하고 두터웠으랴.

“제가 동네 분들에게 사랑을 참 많이 받았어요. 고춧가루 빻았다고 가져오시고, 참기름 짰다고 갖다 주시고, 햇감자, 고구마... 말하면 끝도 없어요. 저는 제가 가진 기술로 그분들을 위해서 머리를 해드리고. 나이 드신 분들은 내 어머니나 마찬가지니까. 그분들도 저를 딸처럼 생각하시고요.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돈을 떠나서 손님과 사람 대 사람으로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정 씨의 경영방침이다. 정 씨는 자식들도 자신만 생각하고 사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남을 위해 선의를 베푸는 인간적인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그녀의 소망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 바람 속에는 정 씨가 얼마나 진심으로 손님들을 대해 왔는지 느껴졌다.

“머리만 딱 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지만 집안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로 20년, 30년 동안 찾아주시는 단골 분들도 많아요.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손님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싶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곤양면 ‘아람미용실’을 찾으면 따뜻한 온기로 손님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정 씨를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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