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김말엽·박환범 부부

▲ 김말엽 씨.

[뉴스사천=고해린 인턴기자]

“안 그래도 애들 어릴 때 모습이 담긴 건 이 비디오테이프뿐인데, 요새는 테이프를 볼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이걸 버려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하던 참에 너무 잘 됐죠.”

추억의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가족 이야기를 들려줄 일곱 번째 주인공은 김말엽(56)·박환범(58) 씨 부부다. 김 씨 부부는 벌용동에서 30년째 신진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다. 

“남편하고는 90년 여름에 중매로 만났는데, 한 번 선을 보고 저는 언니 집이 있는 수원으로 올라갔어요. 근데 남편은 제가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저희 친정집으로 말엽씨 언제 옵니까, 언제 옵니까? 하고 하루에도 서너 번씩 전화를 했대요.”

뻔질나게 전화를 한 덕일까, 철물점을 운영하던 박 씨 총각은 그녀의 아버지인 장인어른과 친해져 예비 사윗감으로 눈도장을 단단히 찍어 놨다. 친정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당사자인 그녀도 모르게 결혼식 날이 잡혔다. 어느 날 남편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합니다, 김말엽 씨. 결혼하신다면서요?’하고 간접적으로 프러포즈를 했단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자신의 결혼 소식에 놀라 눈물만 퐁퐁 흘렸다고. 그래도 결혼이 정해진 후 오토바이로 고성 드라이브도 가고, 데이트도 했었단다. 이들 부부의 연애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두 사람이 식을 올린 건 1991년 1월 14일. 마침 같은 날 남편 친구 2명도 결혼을 해서, 지인들이 나눠서 결혼식에 가느라 남편 측 하객이 많이 못 왔단다. 결혼 30주년이 되면 세 쌍의 부부가 신혼여행처럼 다시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하니, 그것도 참 신기하고 묘한 인연이 아닌지.   
벽에 걸린 아이들 얼굴 그림에 시선이 닿자, 그녀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 애들이 쌍둥인데 힘들게 낳았거든요. 결혼을 하고 한참이 지나도 임신이 안 되더라고요. 6년 정도 불임클리닉을 다녔죠. 이 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나요.”

그녀는 아이를 갖고 싶어서 불임클리닉, 시험관 아기 시술 등 안 해본 게 없다고 했다. 주변에서 스트레스를 준 사람은 없었지만,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에 생기는 서러움이 그녀를 많이도 울렸다. 남편은 옆에서 묵묵히 그녀를 다독였다. 
시험관 아기 결과가 나오는 날, 부부는 쏟아지는 비를 뚫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임신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눈물이 비처럼 쏟아졌다고. 엉엉 울면서 나오는 그녀의 모습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환자들이 다 같이 손뼉을 치며 축하를 해줬단다. 그녀는 그때 처음으로 남편의 눈물을 봤다.

“당시에 제가 35살이었는데, 그때는 노산이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병원에서 쌍둥이 중에 하나를 지우길 권했어요. 근데 어떻게 그래요? 이 얘기로는 책을 한 권 써도 쓸 수 있을 거예요.”

어쨌든 10개월을 배로 품어 낳은 쌍둥이가 벌써 성인이 됐다. 어렵고 힘든 과정들이 있었기에, 애들 생각만 하면 그녀는 마음이 애틋해진단다. 지금 아들(정규·22)은 군에 가있고, 딸(상은·22)도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식들이 별 탈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게 부부의 바람이다. 아이들을 가지기까지 너무 애를 써서인지, 먹고 사느라 바빠서인지, 애들이 태어나고는 막상 살가운 표현을 많이 못했다는 그녀.
 
“표현은 잘 못했지만 저한테는 아이들이 가장 소중한 보물이죠. 밖에서 하는 활동들도 좋고 일도 중요하지만, 저에게는 가정이 1순위예요.(웃음)”  

이제 그녀의 꿈은 철물점을 열심히 운영하면서, 2000년부터 시작한 에어로빅을 계속 해나가는 것이다. 남편의 말에 시작하게 된 운동이지만, 어느새 남편처럼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익숙해졌다고. 그녀는 작년까지 사천시에어로빅연합회 회장을 하고, 지금은 벌용동체육회 여성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운동에 있어서는 베테랑이다. 
끝으로 그녀가 남긴 말을 곱씹어 봤다. 평범함이 어려워진 시대에 그녀의 소망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닐는지.

“결혼도 모험인데, 같이 살면서 ‘나는 참 결혼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죠. 앞으로도 지금처럼 평범하게,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즐겁게 살고 싶어요.”

 

#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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