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삼조 시인.

제21회 박재삼문학제가 이번 달 21일과 22일 노산공원에 있는 박재삼문학관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 문학제는 우리 고장 사람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사람이 되어, 결과적으로 우리 고장의 자존심을 높이게 된 박재삼 시인의 문학을 널리 알리고 즐기자는 문학 잔치이다. 박재삼 시인께서 작고하신 이듬해가 되는 1998년 이후로 부침(浮沈)이야 있었지만 거의 거르지 않고 해마다 열려 왔다. 올해도 일곱 번째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박준 시인을 선정하고 박재삼청소년문학상 분야를 비롯한 각종 경연과 전시, 강연회를 진행 또는 준비하는 등으로 행사를 맡은 분들이 고생을 보람으로 삼아 땀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 문학제의 주역은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인 동시에 즐기는 사람이다. 준비하는 사람이야 박재삼 문학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정작 그 문학에 가까이 가야 할 사람은 참여하는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에서다. 백일장도 있고 박재삼 시 암송대회도 있으니 관심 많은 분들은 직접 참여할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강연회 참가와 각종 전시회, 수상식 행사 뒤의 무대 공연 관람을 통해 문학적 분위기를 모처럼 접해 볼 수도 있겠다. 

문학제 참가를 적극 권하면서 박재삼 시의 정신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시 두 편을 우선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시대에나 궁극적인 숙제가 될 평등과 평화의 정신을 담은 시다. 그렇다면 박재삼 시는 평범한듯하면서도 사실은 가장 시대의 정신에 충실한 시가 되지 않을 것인가. 먼저 ‘어린 봄빛’이라는 짧은 시를 소개한다. 형식으로 보면 시조 한 수다. 박재삼 시인의 시 중에는 아름다운 시조도 많다. 
“봄 오는 진달래가/ 산을 한창 퍼져 들면// 순이는 골짝에서도/ 시집가는 날이 있어// 오막집 높은 채일은/ 桃源(도원)인양 환하다.”

골짜기에 사는 순이는 세속의 요량으로 치자면 가장 낮은 곳에 사는 사람이지만 시집가는 날의 그 마을은 복숭아 벌판인 양 환하다는 것이다. 이 시는 경제력의 차이와 권력의 유무로 사람을 편 가르지 않고, 사람이란 그 근본이 평등하다는 뜻을 드러낸다. 다음은 세상을 지배하는 정신은 ‘평화’라는 뜻쯤으로 읽을 수 있는 시다. 쓸데없는 해설은 생략한다. 제목은 ‘神(신)은 낮게 곡선을 그리며’이다.

“문명에 길든 것은/ 모두 날카로운/ 직선을 이루고 있건만,/ 거기에 때가 묻지 않은 것은/ 가령 눈 덮인 경치와 같이/ 얼마나 순박한 곡선을 긋고 있는가.// 저 눈을 쓴/ 자태 속으로 들어가면/ 그 밑바닥에는 시방/ 녹은 물이 자기네들끼리 모여/ 고향의 예닐곱 살 적의,/ 세상이 즐겁고 기쁘기만 한/ 노래를 하기에만 골똘한/ 시냇물 소리를 내느니/ 그 근처에 神(신)은 늘/ 높이 坐定(좌정)하기는커녕/ 공일날처럼 가만히 놀면서/ 아, 낮게 임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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