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험(冒險). 20×20. 2019.

‘아... 이 일을 어찌할꼬... 어찌한다... 유월, 칠월, 팔월, 구월... 그리고 글씨 콘서트가 있을 시월. 마흔여덟의 여름 한번 징그럽게 보내겠구나. 티켓이 판매되기 시작하는 이 순간부터, 이제는 내 몸은 내 것이 아닌 거잖아. 아프면 안 되잖아. 참 묘한 감정이 사라지질 않아. 긴 준비 기간 동안 지치지 말라며 커피 값을 넣어 주시며 더 흥분해 하시는 분이 계셔. 나보다 더 기다리며 행복해들 하시고. 자고 일어날 때마다 일이 점점 커져 버리고 있어.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수많은 조연들이 생겨 나. 나만 무대에 색깔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될 그들이 객석 색깔마저 만들어 내고 있잖아. 값어치라는 단어가 있잖아... 그 이상의 값어치를 생산해 내어야만 나는 사기꾼이 아닌 거야. 나는 여기서 더 뻔뻔스러워져야 해. 나는 더 당당해져야 해. 내가 데리고 다니는 이 글씨라는 놈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되잖아.’ 

유월, 그녀는 스스로에게 다짐한 디데이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녀의 유전인자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사람들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20대 30대는 청춘이라 무모하게라도 도전한다지만, 낼모레 쉰을 앞둔 젊은이도 늙은이도 아닌 그녀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도박의 패를 던지고 있었다. 글씨 콘서트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자신이 마치 붓인 것처럼 휘젓고 다니려고 한다. 그리고는 당돌하게 무대 위에서 글씨로 자신을 디자인하겠답시고 사람들에게 날짜를 선포해 버렸다. 자신이 사는 그곳에서 광기 다분한 광대가 되기로 하였다.  

그녀는 분명 매일을 발 뻗고 잠을 청하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를 감금하고 학대하는 참 몹쓸 병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에 꽂히면 헤어 나오질 못하는 그녀의 성향으로 보아 넉 달이 고행의 길이 될지 행복한 여행이 될지 그녀도 아직 모른다. 자신감에 차 오만한 듯 지극히 나약하고, 저돌적이면서도 지극히 소심하고, 가득 찬 듯이 헉헉거리면서도 지극히 비어 있다. 오늘 아침 밥상엔 무엇이 좋을까를 염려해야 하는 엄마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그녀의 머릿속은 새하얀 수 십장의 화선지가 왔다 갔다 반복을 한다. 밤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돌에 새길 인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글씨 콘서트가 끝난 뒤, 그녀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는 숨이 자신만의 숨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그녀는 생애 최고의 아찔한 모험을 고독하게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