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하미례‧박현복 부부

▲ 하미례 씨.

“결혼식 영상인데,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 나요. 남편이 같은 마을 친구인데다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라 결혼식장이 친구들로 가득 찼던 것은 기억나는데, 꼭 다시 보고 싶네요.”

인생의 최대 이벤트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결혼식. 하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 것이 결혼생활이고 보면, 그날의 언약과 축하가 담긴 기록물은 우리네 일상에서 멀어지기 십상이다. 심지어 그것이 비디오테이프로 남아 있다면 책상 서랍 속 귀찮은 짐으로 전락하진 않았는지.

그래서 뉴스사천이 기획한 ‘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는, 이제 보려 해도 쉬이 볼 수 없는 결혼식 비디오테이프 속 영상을 디지털파일로 바꿔 주는 사업이다. 동시에 영상 속 주인공의 삶을 조금 엿보는 시간. 세 번째 의뢰인은 (사)경남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하미례(54) 씨다.

하 씨의 남편은 자영업을 하는 박현복(54) 씨. 앞선 하 씨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두 사람은 동갑내기 친구사이였다. 심지어 같은 마을(고성군 영현면)에 자라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보냈으니 서로를 얼마나 잘 알까. 그렇다고 일찍부터 서로를 배필로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턴 이사도 가고 서로 엇갈려서 어찌 사는지 잘 몰랐죠. 그러다 사회생활 하며 동창모임에서 다시 만났는데, 친구들이 하나둘 시집장가 가고 나니 우리 둘만 남은 거예요. 그래서 농담처럼 ‘우리 결혼할까?’ 했던 것이 진담이 되고 말았죠.”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게 1995년 1월 1일이니, 나이는 서른이었다. 당시 하 씨는 지역에서 비교적 잘나가던 건설회사에 다녔는데, 아파트 분양 업무로 바빴던 탓에 신정연휴를 택해 결혼식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처음 신혼살림은 진주에 마련했다. 하지만 이 부부도 이른 바 ‘IMF 위기’를 비켜가지 못했다. 남편 박 씨가 운영하던 철물점은 물건을 팔고도 제값을 받지 못한 채 부도를 맞았다. 하 씨로선 어릴 적 낙농업을 하던 아버지가 우유파동으로 모든 것을 잃던 그 좌절을 다시 한 번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부부는 슬하에 둔 두 아들을 품고 사천으로 내려와 새 삶을 시작했다.

“그 시절을 어찌 보냈나 싶지만 어느 새 아이들이 다 컸어요, 20대 초중반이니. 힘들었던 시절을 계속 돌아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하 씨는 요즘 일에 쏙 빠졌다. 전래놀이지도사 자격증도 있고, 내고향물해설가 자격도 있어, 자신의 지식과 정보, 경험을 나누는 일이 즐겁다. 특히 집중하는 일은 온갖 체험휴양마을들이 제 색깔을 갖도록 돕는 일이다. 그가 8년째 속한 체험휴양마을협의회에는 경남에 119개, 울산에 7개의 마을이 가입해 있단다. 협의회 사무처가 이곳 사천에 있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나저나 오랜 친구와 결혼해 함께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친구와 오래 지내는 기분이죠. 싸울 일도 없어요. 살아온 걸 서로 다 아니까. 단점은? 존경심이 서로 부족하다는 것?(웃음)”

듣고 보니 그럴 수 있겠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낯익음에서 오는 ‘존경’이란 감정의 낯설음은 아닐는지. 끝으로 그의 소망을 들었다.

“글쎄요. 나는 가족들이 함께 가까이 있는 게 좋아요. 애들도 좋은 직장 잡아 큰 도시로 나가는 것보다 가까이서 제 할 일 찾아 하며 살면 좋겠어요. 결혼을 하더라도 가까이서 오순도순 살길 바라죠.”

청년들의 대도시행으로 ‘지역소멸’을 걱정하는 세상에 하 씨의 소망은 이채로우면서도 반갑다. 하지만 자식들이 함께 좋아할까? 그녀의 답이 또한 기발하다.

“그래서 갈고 닦습니다, 마음을. 안 싸우려고.(웃음)”.

 

#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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